'손자병법(孫子兵法)'은 2천6백년 전에 씌어진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오나라 왕 합려(闔閭)를 도와 초 제 진 등을 굴복시킨 손무(孫武)가 지었다지만 그의 후손인 손빈(孫殯)이 완성했다는 설도 있다. 총 82편이었으나 삼국시대 위(魏)의 조조가 요점만 간추려 13편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시계(示計) 작전 모공(謀攻) 군형(軍形) 병세(兵勢) 허실 군쟁(軍爭) 구변(九變) 행군 지형 구지(九地) 화공 용간(用間) 등이 그것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知彼知己 百戰百勝)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야말로 선중의 선'(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ㆍ모공편)이라는 대목은 유명하거니와 '풍림화산'(風林火山) 또한 널리 쓰인다. 풍림화산은 군쟁편 중 '전쟁에선 좋은 위치를 선점해 대적해야 편안하다'(凡先處戰地而待敵者佚)에 이어 나오는 말로 '기동할 때는 바람처럼,고요할 때는 숲처럼,치고 빼앗을 때는 불처럼,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처럼(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에서 생겨난 말이다. 군쟁편은 이어 '숨을 때는 어둠 속에 잠긴 듯,움직일 때는 벼락처럼(難知如陰 動如雷震)', 병세편에선 병력을 투입할 때는 '돌로 계란치 듯 해야 한다(如以下投卵)'고 써놓았다. 일단 싸우게 되면 몰아붙이라고 조언한 셈이다. 미ㆍ영 연합군이 이라크전에 앞서 세운 '충격과 공포'작전 바탕에 손자병법이 있었다고 들린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할란 울먼이 펴낸 '충격과 공포:적을 빨리 압도하는 법'이라는 전략서가 작전의 배경인데 막강한 화력으로 초반에 적을 완전 제압해야 한다는 울먼의 이론 자체가 손자병법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불가피한 전쟁이라면 속전속결 외엔 방법이 없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라크전의 경우 전장(戰場)이 따로 없고 바그다드엔 군인과 민간인이 섞여 있어 속전속결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애꿎은 피해자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왕 손자병법을 익혔다면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을 모색할 순 없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