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의 엊그제 업무보고를 보면 노동부가 노사평화와 건전한 노동시장 질서를 추진한다기 보다는 노동조합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노동계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노사관계의 틀을 산별노조로 전환하려는 것이나 공익사업장의 범위를 줄여 파업권을 확대하며 기업연금제를 전사업장에 적용하겠다는 등이 한결같이 그런 것들이다. 하나하나가 모두 산업평화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고 이대로 시행될 경우 산업계는 거대한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 위험천만한 방침들이다. 또 기업들로 하여금 과도한 노동비용을 지출하도록 만든 끝에 직장 자체를 파괴하고 마는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산별교섭을 유도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그렇다. 말 그대로 산업평화를 깨고 파업의 일상화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그동안 한국의 노사관계는 기업별 노조의 틀에서 운영되어 왔고 기업단위를 넘어서는 단체행동은 대부분 불법으로 간주되어 왔지만 앞으로 각급 단위의 파업이 모두 합법화된다는 것이고 보면 파업의 다발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3백22건의 파업중 산별교섭으로 인한 파업이 66%인 2백12건이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지금 이 시점에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동일 업종이라지만 기업별 생산성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지급능력 또한 천양지차인 상황에서 자칫 지불능력이 낮은 기업에는 일대 타격이 될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산별노조 문제는 근로자를 위한다기 보다는 조직 활동가들을 위한 제도가 되고 말 공산이 크다. 기업연금을 전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 또한 기업의 부담능력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연금이 정착되어 있는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조차 최근에는 기업의 연금부담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면서 제도개선에 대한 논란이 적지않은 상황이고 더구나 국내 소규모 기업들은 지금도 경영 한계상황에 내몰려 있는 터에 새로 연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그 결과가 광범위한 폐업으로 나타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연금이 될 것인가. 한마디로 노동부의 이같은 방침들은 노조활동가들의 주장을 가감없이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할 정도다. 노조가 원하는 것을 모두 도입하면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노동부는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