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이후 은행권 외화수급에 `빨간등'이 켜졌다. 해외 금융기관들이 신용공여한도(크레딧 라인)를 앞다퉈 축소하고 있고 단기외화조달 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다음달부터 외화차입금 만기가 집중도래해 은행권에비상이 걸렸다. 20일 시중은행들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4월 은행권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차입금은 장단기를 합해 24억달러, 5월 20억달러 등 향후 3개월간 60억 달러에 이른다. 4월 만기도래분은 정부가 지난 18일 조기상환한 IBRD(세계은행) 차관 18억 달러를 제외한 3월 차입금 14억달러보다 10억달러가 많다. 이 가운데에는 IMF 당시인 98년 4월 정부가 외국금융기관들과의 외채협상을 통해 단기 차입금을 중장기 대출금으로 전환한 30억 달러 중 상당규모가 포함돼 있다. 은행권의 외화차입금 만기도래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장기차입금을 단기 차입으로 상환하면서 만기도래 주기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5월과 6월의 만기도래 규모는 당초 예상만기도래 규모보다 많은 30억∼4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외화수급에 큰 압박을 느끼는 것은 해외 금융기관들이 정상적인 차환을 꺼리면서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라며 "3월까지는 버틸수 있지만 4월부터 차입금 만기가 집중도래할 경우 한계에 봉착하는 은행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차환비율이 90%(100을 빌렸을 때 10만 상환하고 나머지는 차환)이상이지만최근 은행권 평균 차환비율은 60%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은행들이 심각한 상환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외국금융기관들이 신규 신용공여는 아예 금지하고 기존 신용공여도 한도를 축소하면서 차입 길이 막힌데다 초단기 자금(머니마켓라인) 조달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난 18일 IBRD 차관 18억달러를 조기상환한 점도 은행들의 외화수급에 부담을 안긴 것으로 금융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시중은행들은 중장기 차입보다도 당장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P(환매조건부 채권) 판매를 통해 국공채를 담보로 긴급 외화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정상적일 때는 취급하지 않는 RP를 이용한다는것 자체가 IMF때와 같은 외화수급 만기 불일치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는 반증"이라고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18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외환시장협의회를 열어 각 은행의 외화수급 현황을 보고하고 원-달러 스와프형태로 외환보유고를 풀어 수급상황을 해결해줄 것을 공식 건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은행들의 외화차입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를 높이면 장기 차입도 가능하고 단기차입이 활발한만큼 아직 외환보유액을 풀어야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은 차입을 위해 금리를 해외 금융기관들의 요구대로 높일 경우 나중에 내리기가 쉽지않다는 점을 들어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으나 주어진 여건에서스스로의 힘으로 외환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은 현 외화수급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아래 자체 비상계획에 따라 `주의' 또는 `경보'단계에 돌입, 외화자산을 동결하고 3월 한달간 외화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 또는 자제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