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시민과 다르다. 일거수 일투족이 '시장'의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후 첫 대외활동으로 시민단체들을 만난다고 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오는 25일엔 참여연대,28일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시장에서의 '공정경쟁'을 감독하는 정부부처의 신임 수장(首長)이 시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서겠다는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왜 하필 시민단체부터인가'하는 일각의 문제 제기는 새길 만한 구석이 적지 않다. 강 위원장은 1세대 시민운동가로 그 자신이 경실련 창립에 참여했다. 시민단체들의 논리나 주장 등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더 묻지 않아도 될 정도의 논객이라는 평가도 받아왔다. 그런 만큼 신임 공정위원장으로서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그의 말대로 '정상적인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예측가능한 개혁'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구상하려면 '개혁 대상'인 기업쪽의 얘기를 먼저 들어보는 게 순서일 듯 싶다. 기업정책을 주관하는 공정거래위원장이 나서서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듣고,향후의 기업정책 방향을 다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안정 요인이 될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내수·수출·투자 위축에다 이라크 사태,북핵문제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굳이 시민단체를 먼저 만나 '혹시나' 하는 불안을 부추길 이유는 없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개혁을 부르짖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는 게 어떤 '신호'가 아니냐고 의문을 내비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안면이 있는 시민단체 사람들을 만나 우선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라며 "누굴 먼저 만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한다. 강 위원장의 생각이 정말 그렇다면,'기업심리'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기업인들이 왜 불안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장관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보나 언행이 기업과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건 아닌지 짚어보기를 바란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