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남성 패션가에 '백풍(白風)'이 거세다. 바지에서부터 수트까지 하얀색 옷이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순백색부터 시작해 우유색,아이보리,크림색같은 화이트 계통색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백바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과거 '삐딱이'들의 유니폼처럼 여겨졌던 백바지는 이번 시즌 남성패션을 대표하는 '위풍당당 아이템'으로 대접받고 있다. 구치 휴고보스 헤지스 빈폴 솔리드 옴므 등 국내외 남성복 브랜드들이 일제히 흰색 바지를 주력 아이템으로 밀고 있을 정도다. 아래 위를 흰색으로 빼입는 화이트 수트도 대거 선보였다. 솔리드 옴므와 CP컴퍼니 등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에서는 화이트 바지와 재킷을 세트 상품으로 내놓았다. 30대 이상을 겨냥한 마에스트로 캐주얼도 올해 처음으로 '완전백색' 바지를 선보이는 한편 화이트 계열의 바지 물량을 작년보다 30% 정도 늘려서 내놨다. 백바지의 위상이 이처럼 급변한 것은 무엇보다도 남성들 사이에 멋에 대한 욕구가 커진 데다 패션감각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튀는 차림새에 부담을 덜 느끼게 됐다는 것. 다양해진 스타일이나 소재도 그 입지를 한층 넓히고 있다. 데님,면,리넨 같은 천연소재를 사용해 심플한 일자형에서부터 큰 주머니가 달린 카고 팬츠,스트링 팬츠까지 선택폭이 넓다. 다양한 파스텔 계열의 셔츠나 재킷,밝은 컬러의 스니커즈나 구두의 등장도 남성들의 '화이트 패션' 연출을 가능하게 해준 숨은 공로자다. LG패션 홍보실 주지홍씨는 "작년부터 아이보리 등 밝은 계열의 바지를 찾는 고객이 늘기 시작했는데 올해 순수함이 강조된 자연주의가 한층 부각되면서 이를 대표하는 흰색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며 "남성복 매장에서도 '봄'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