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라크에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이를 통해 그는 새 이라크 결의안을 둘러싼 그간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한 가지다. "테러리스트와 같이 보이지 않는 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공격이 먼저 감행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진정한 자위(self defense)가 아니며,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는 부시대통령이 이미 주장한 바 있는 "선제 공격(pre-emptive military action)"과 맥이 닿아 있다.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세계의 실질적인 경찰로 묘사했다. 따라서 만약 유엔이 사담 후세인의 무장해제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그 역할을 미국이 기꺼이 대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은 전세계 국가들에 미국을 공포의 대상으로 느끼게 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먼저 미국 국민들에게 전쟁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것이며 따라서 수일내에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그는 이라크의 민중들에게 "빵과 자유"를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들은 많은 부분에서 2차 세계대전을 연상시켰다. 그는 자신의 전쟁결정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후세인을 "현대의 히틀러"로 묘사하는 등 이라크로부터의 위험을 과장했다. 또 후세인에 맞서 싸우기를 거부하는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을 나치 독일의 위험성을 모르는 국가들로 몰아부쳤다. 그는 "한 사악한 독재자가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를 이용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을때,이를 단지 외교적 수단을 통해 달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전례없는 파멸을 초래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세계는 이번 전쟁을 부시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 같다. 유럽인들에게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언행은 권총을 들고 위협하는 카우보이를 연상케 했을 것이다. 현재 부시의 정치적 조언자들은 그의 이미지가 오히려 장점을 지닌다고 판단하는듯 하다. 딕 체니 부통령은 지난 16일 한 TV와의 인터뷰에서 "카우보이와 같은 부시대통령의 캐릭터는 오늘날 미국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무장해제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오만함에 놀라고 있다. 심지어 집권 공화당의 의회 지도자들도 부시 대통령의 독선적인 외교정책이 미국에게 하나의 함정이 될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시 행정부 내 낙관론자들은 이번 전쟁이 지난 1991년의 걸프전때 보다 더 빨리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리차드 루거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그러한 낙관은 확실치 않다"고 꼬집었다. 부시 국가안보팀의 선임 보좌관들 조차도 "독재자 후세인을 몰아낸 후 미국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중 한명은 최근 "전후 이라크가 2차 대전 이후의 일본과 같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만약 이라크가 코소보내전 이후의 유고슬라비아와 같은 상태가 된다면 미국은 엄청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문점은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세력인 북한과 이란에 대해 대응책이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그 다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은 대미국 공격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라크와 다르다. 이란의경우 최근 괄목할만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루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승리를 할 경우 "매파"관리들은 또다시 이들 두 나라를 예의 주시하게 될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뉴욕타임스 3월 18일자에 실린 David E. Sanger의 칼럼 "Bush's Doctrine for Wa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