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를 대우하는 건 학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랜 노력과 인내 성실성을 인정해서'라는 말이 있다. 실제 해보면 박사는 고사하고 야간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는 것도 힘들다. 과정이야 어떻게 끝낸다 해도 논문을 쓰려면 많은 자료를 읽고 소화한 다음 한 가지라도 새로운 사실과 주장을 덧붙여야 하는 만큼 결코 쉽지 않다. 박사논문 통과 뒤 죽는 사람이 있다고 하거니와 실제 석사논문을 마치고 입원하는 사람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고생은커녕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고 버젓이 학위를 따는 사람들이 있다. 남이 써준 리포트로 학점을 따고 논문도 대신 쓰게 하는 것이다. 96년 대법원이 석사논문 대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도 계속 성행하던 논문대행이 다시 검찰에 적발돼 업체 대표는 구속되고 대필자와 의뢰인들은 불구속 내지 약식 기소됐다는 소식이다. '논문 대필'이 근절되지 않는 건 무엇보다 실무 경험이나 지식보다 '가방끈'과 '증'(證)을 더 중시하는,이른바 학력위주 풍토 탓일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 중 교육대학원 졸업자가 2명이나 있고,의뢰인의 80%가 특수대학원에 다니는 교사 공무원 회사원이라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 돈이면 다 된다는 풍조,'남들도 다하는데 뭘'식의 대필이나 표절에 대한 불감증,인터넷 거래에 따른 익명성 보장 등도 논문 대필이 줄지 않는 요인인 듯 보인다. 그러나 어떤 주제건 대필자는 남의 글을 이것저것 짜깁기할 확률이 높고 이는 곧 표절논문을 양산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에선 교수들이 제자의 논문을 베껴 연구보고서를 냈다 걸리고도 견책으로 끝날 만큼 표절을 가볍게 여기지만 외국에선 파렴치한 범죄로 친다. 차제에 논문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야간대학원생 논문까지 일일이 심사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놓는다. 때문에 논문 대신 수업을 한 학기 더 듣도록 하고 학위를 주는 곳도 늘어난다. 논문 대필이 사라지려면 실무경험에 상관 없이 '증'을 요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는 일이 급선무다. 표절이 중대한 범죄임을 명백히 해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