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에 대한 애정을 그리고 있는 '마지막 수업'은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이다. 보불전쟁으로 프랑스가 패하자 프랑스어의 수업이 금지됐고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아멜 선생은 비장한 심정으로 마지막 수업을 한다. "우리 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찬 말이니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흑판위에 커다란 글씨로 '프랑스 만세'를 썼다. 자국어에 대한 이런 긍지는 오늘날 '프랑스어 보호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글 역시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글이다. 한글은 문자체계가 과학적일 뿐더러 말을 완벽하게 표기할 수 있는 소리글자여서 외국의 언어학자들도 놀라워할 정도다. 유네스코가 1997년 한글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이러한 우리 언어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최근 몇년 사이 한글은 외래어의 홍수에 밀려 점점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성행하면서는 우리 언어의 오염이 도를 지나친 수준으로 치닫는 실정이다. 이제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방송과 신문에서조차도 우리 언어의 오·남용과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심각한 지경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언론의 우리말글 사용실태와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발표된 실태조사를 보면 "삥당치다 걸렸어요" "냅둬부러,뒤져불게" 등 비속어나 사투리,은어,국적불명의 언어들이 여과없이 방송되고,신문기사에서는 외래어 억지조어 약어 등이 수없이 활자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경 없는 인터넷 시대에 우리 말과 글을 고수하는 것이 국수주의자나 세계화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나라의 말과 글은 민족의 정통성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정신적 실체이기도 해서 소홀히 다룰 일은 결코 아닌 것 같다. 지난 91년 국경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을 국경일로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다. 우리 언어를 바로잡자는 많은 '한글 지킴이'들이 기다려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