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회계장부 조작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분식규모가 검찰수사 결과 드러나자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대우그룹 동아건설 등에 이어 SK그룹까지 분식회계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시장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잇따른 분식회계의 원인과 실태, 대책 등을 점검해 본다. ----------------------------------------------------------------- "분식회계는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고 그렇게 되면 기업이 치러야 할 코스트는 상상외로 커진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김경호 한국회계연구원 상임위원) 기업의 분식회계는 반드시 되풀이되는 속성을 가졌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번 장부를 조작하면 그 흔적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SK글로벌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는 20∼30년에 걸친 부실이 누적돼 온 것"이라고 밝혔다. 70년대 중반 이후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외형성장을 추구해 오면서 부실이 발생한데다 해외투자 실패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사실을 알고도 왜 기업들은 장부조작 관행을 뿌리치지 못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분식회계의 일시적인 이익이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장부조작을 해야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자금조달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부실이라도 좋으니 재무제표를 예쁘게 포장해 달라는 채권금융회사와 주주들의 요구도 '분식회계 권하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감독당국이 수차례 분식회계 근절책을 시행했으나 분식회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한햇동안 86개 상장.코스닥기업을 감리(분식회계여부 조사)한 결과 1백건의 장부조작 사례가 드러났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가 26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재고자산 부풀리기(8건), 유형자산 부풀리기(7건), 자산과 부채 조작(6건) 등 전형적인 분식수법도 여전했다. 갖가지 수법을 통해 장부조작이 빈번해지면서 부실은 더 커진다. 채권금융회사와 기관투자가 소액주주들은 가짜 재무제표를 보고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엄청나다. 더 나아가 국제시장에서 한국기업의 가치가 절하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도 빚어진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기업회계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30% 가량은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분식회계를 뿌리뽑을 만한 대책이 없을까.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로 분식회계를 밝혀내든지, 기업 스스로 회계장부를 제대로 고쳐써야 한다"(김 상임위원)는 주장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입금과 현금흐름 손익에 영향을 주는 악질적인 분식회계에 대해선 강력하게 처벌하되 △재고자산이나 매출채권 등 다소 가벼운 분식회계는 선별적으로 사면조치를 해줘야 분식회계가 없어질 것(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이라고 주장한다. 이제는 기업이 스스로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위해 '과거 부실의 대청소'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01년 4월 금융감독원은 2001년말까지 분식회계 등으로 잘못된 재무제표를 오류수정을 통해 바로 잡으면 행정처벌과 금융제재를 면제해 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2월결산법인이 회계감사를 마친 4월에 그같은 결정을 내려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과거 분식회계를 바로잡는 기업에 대해선 사면 또는 면죄부를 주고 12월결산법인은 6월말 반기 검토보고서에서 부실을 털어내도록 유도해야 한다"(김일섭 이화여대 경영부총장)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