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적이고 유연한 사업구조를 구축해 세계적인 해운사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임병석 세양선박 회장(42)이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8월 모기업인 쎄븐마운틴해운을 앞세워 과거 한보 계열사였던 세양선박을 인수하고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던 그다. "세양선박이 상장사인 데다 마침 지난달 관리종목에서도 벗어나고 해서 대외활동의 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나이가 젊어 임 회장을 '창업 2세'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범양상선에서 6년간 '월급쟁이'생활을 했던 그는 지난 90년 단돈 5백만원으로 선박 중개회사를 차리면서 해운사업에 뛰어들었다. 진입장벽이 만만찮고 자본도 부족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쎄븐마운틴해운을 연간매출 2천억원짜리의 업계 7∼8위권 회사로 키워냈다. "선박구입이나 용선을 할 때,또는 하주와 수송계약을 할 때 온갖 데이터들을 검토합니다.각종 해운관련 지수들 뿐만 아니라 해외 상품가격이나 환율 동향까지 다 봅니다." 임 회장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종의 '벤처 경영기법'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대규모 선단을 구성하는 전통적 해운영업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정기선이든 부정기선이든 가격지수 사이클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배를 빌려 화물운송에 나선다. 반면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소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뱃길'을 돌린다. 임 회장은 지난 7일 남동발전으로부터 유연탄 72만t의 운송계약을 따냈다. "원목 중심의 사업구조를 석탄과 유류수송 위주의 구조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자평이다. 현재 쎄븐마운틴해운과 세양선박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은 총 18척.올해 매출 목표는 3천억원,이익은 1백억원선에 책정돼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평택~리자오간 한·중 카페리 운항사업에 진출한데 이어 올 초에는 한국석유공사의 동해-1 가스전 사업에도 참여키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베트남 등지의 원유 수송·저장·시추 관련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본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해운업계의 '젊은 파워' 임 회장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