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 40명과의 대화는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국민적인 이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렇고,상대가 검찰간부도 아닌 평검사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회자를 두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대화를 주고받는 토론 형식도 과거에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은 마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평사원과 격론을 벌이는 모습을 연상케할 정도로 격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박수 받을만 했다. 특히 토론 전 과정을 TV를 통해 생중계해 국민들이 이른바 "검란(檢亂)"의 실체를 소상하게 알 수 있도록 한 것도 어느 정권에서도 기대할 수 없었던 "신선한 충격"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날 토론은 "모양새는 좋았지만 내용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게 토론을 지켜본 상당수 시민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일부 검사들은 지엽단말적인 이슈에 매달려 마치 대통령과 토론솜씨 경쟁을 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심지어는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젊은 검사들의 발언에 대통령은 순간 순간 "짜증섞인" 심기를 드러냈다. 격조높은 토론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얘기다. 대통령은 "검찰 간부들은 믿지않는다"며 "검찰은 개혁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 반면 평검사들은 "참여정부도 결국 정치권"이라며 서로의 견해차를 확인했을 뿐 본질적인 합의를 이뤄지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직접 평검사들과 대화를 나눈 것 자체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힘이 아닌 대화로 현안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은 "득"이었겠지만,개별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협상창구로 나선 것은 "실"이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뒤로하고 직접 평검사들과 맞대좌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눈에 "과연 검찰이 세구나"라는 인상을 줬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농업개방 노동문제 등 산적한 현안과 관련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담당 부처를 제쳐놓고 너도나도 대통령을 협상 파트너로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도 노 대통령이 유염해야 할 대목이다. 오상헌 사회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