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계에서는 오래전부터 '3대불패'가 군림해왔다. 의류표백제인 '옥시크린'과 섬유유연제 '피죤',염소계 표백제(락스)인 '유한락스'가 그들이다. 이들 3인방은 각기 수요를 개척하는 단계부터 시장을 독점해왔고 해당 제품군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주부들은 무조건 '옥시크린'이나 '피죤'이나 '유한락스'를 찾았다. 다른 제품을 샀을 때도 가계부에는 이들 3인방의 이름을 쓰곤 했다. 그런데 90년대 들어 3인방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강자가 속속 등장했다. 락스의 경우 대기업들이 락스와 세제 기능을 결합한 제품을 내놓고 마케팅 공세를 퍼부었다. 군소회사들도 신제품을 쏟아냈다. 섬유유연제도 마찬가지. 그 결과 '유한락스'와 '피죤'은 각기 시장의 절반 가량을 내주게 됐다. 현재는 '3대불패' 중 '옥시크린'(옥시)만이 90%대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지난 84년 출시된 '옥시크린'은 90년대 중반 98.9%라는 경이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간 '칼라모아''파라클' 등이 등장했지만 점유율은 1∼5%에 그쳤다. 그런데 올들어 새 변수가 등장했다. 국내 최대 생활용품 회사인 LG생활건강이 1월 초 '레모닝'이란 제품을 들고 표백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LG는 판매현장에서 '레몬맨' 캐릭터를 나눠주는가 하면 탤런트 김희애를 내세워 광고 공세를 펴고 있다. 초반 세몰이도 심상치 않다. 한국경제신문과 CMS(www.cms.co.kr)가 전국 2백개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표백제 시장점유율(판매금액 기준)을 조사한 결과 레모닝은 출시 첫달인 1월 2.1%,2월 8.7%,3월 첫주 9.5%(5일 현재)까지 치고올라섰다. 옥시크린의 점유율은 93.8%,88.2%,86.6%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 성시권 차장은 "우월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샘플링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옥시의 류옥현 부장은 "LG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서 옥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90∼95%에 달한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여러가지 용량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지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표백제는 마진이 높은 고수익 품목인 데다 전망이 밝은 편이어서 올해 생활용품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전망이다. 지난해 표백제 시장 규모는 약 5백50억원. 1년 전보다 20%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당분간 연평균 10% 이상 커져 2007년께는 연간 매출 1천억원대의 '빅마켓'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2위 생활용품업체인 애경산업을 비롯해 여러 후발 주자들이 연내에 가세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옥시와 LG생활건강의 표백제 시장 쟁탈전은 외국계와 '토종'의 대결인 데다 '3대불패'의 마지막 아성에서 벌어지고 있어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