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도 국내의 외국인투자가들과 국제금융자본시장의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것 같다. 우리 경제 운영에서 외국자본과 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첫 국무회의에서 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를 신속히 철폐할 것을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 순매도는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 정부가 뉴욕에서 발행한 10년만기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의 가격이 하락해 그 채권의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같은 이치로 우리 금융기업들의 해외 신규차입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국제통화 선물시장에서 원화가치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우려되는 바는 외국인투자가들과 국제금융자본 및 외환시장에서의 이러한 움직임들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국자본의 유입부진과 이미 유입된 외국자본의 유출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대해 어떠한 충격을 미칠 것인가는 'IMF 사태'라는 말로 집약되는 그간의 외환 금융위기가 너무나 잘 설명해 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값비싼 교훈이다. 생산기술 및 경영기법과 하나의 '패키지'로 이동하는 국제적 직접투자,주식 및 채권 등 금융자산에 대한 간접투자,국제적 금리차이를 겨냥한 차관 등 일체의 국제적 투자는 철저히 수익을 좇아 이루어진다. 국제적 투자가들의 투자전략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익성 추구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기대하는 예상수익률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위험프리미엄이다. 국별 위험도의 변동은 위험프리미엄을 즉각적으로 변동시키고,그에 따라 기대 수익률 또한 즉각 변하게 된다. 만일 특정국가에 대한 투자의 위험프리미엄이 증대되고,그에 따라 요구되는 기대수익률이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지 경제상황이 그러한 기대에 부응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들 국제투자가는 곧 그 지역을 '안전하게' 이탈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것이다. 세계 정치·경제상황이 어려울 경우 가장 안전한 피난처를 마련해온 미국 연방채권시장이 건재하고,무디스나 S&P 등 신용평가회사들의 국제적 활동이 활발한 것 등은 오늘날 국제적 투자자금의 이동속도가 매우 빠른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 지난달 11일 무디스사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2단계나 떨어뜨렸다. 무디스의 이러한 조치가 타당한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국제투자가들로서는 그러한 조처를 한국경제에 대한 '요주의' 경고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이를 계기로 국제투자가들은 한국경제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변수들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평가하면서 대응전략을 세워나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국제사회와 거의 통합돼 있다. 그래서 특히 경제부문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국제 투자가사회가 우리 경제의 장단기 향방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예측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들과의 협력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되고 증진되기 위해서는 공동 이해관계자로서 그들의 시각도 감안된 경제운영이 이루어는 게 바람직한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어느 지표를 보아도 우려되지 않는 것이 없고,경제의 대내외 여건인 국제 정치·경제상황 또한 근래 최악인 현시점에서 예민해진 외국인투자가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금리인하나,법인세율 인하나,재정의 조기집행이나,외국인투자에 대한 규제철폐가 아니다. 국내투자가들이 불안하면 외국인투자가들은 더 불안하게 마련이다. 국내투자가도 안심시키지 못한다면 어찌 외국인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가. 대내적으로는 투자분위기 회생을 위한 경제·사회 안정화 노력이 요구되고,국제사회에 대해서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조관계 정착을 위한 노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새롭게 출발한 새 정부 새 내각의 책무는 막중하다. 대내적인 화합과 단결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과시하면서 한·미간의 협력관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훼손됨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안정화를 위한 최선의 방책이기도 한 것이다. pck@bas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