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 청와대 춘추관.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이 시작됐다. 통상 10∼20분이면 끝나는 브리핑이 40여분 계속됐다. 이날은 평소와 달리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드세었다. 지난달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이 베이징에서 북한 인사와 만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송 대변인은 시종 소극적인 답변으로 피해가느라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만난 사실은 있다"는 것 이외에 송 대변인이 제대로 답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라 보좌관이 직접 설명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때 오간 말을 들어보면 배경을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더욱 궁금해진다. 노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진행상황을)투명하게 브리핑하는 게 어떤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라 보좌관은 정치적 고려,전문가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설명을 하지 않는게 낫다고 답했다고 송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대해 문희상 비서실장이 재차 "나가서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라 보좌관이 "적절치 않다"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접촉사실을 보고 받았는가" "드러난 사실까지 감추고 비밀스럽게 일을 벌인다면 이전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송 대변인은 쏟아지는 질문에 핵심을 피해가는 답변을 하기에 급급했다. "제 선에선 잘 모르겠다" "추가로 알아보겠다"는 말이 되풀이됐다. 노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당선자 시절부터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현대상선 대북송금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국회를 존중하고 국민적 합의에 따른 결정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유인태 정무수석도 "특검제 문제 등으로 정국이 꼬이는 본질적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 정권 잘못이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실상을)제대로 밝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새 정부와 관련된 국민적 관심사가 불거지자 함구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송 대변인은 다시 브리핑에 나섰다. 그러나 "더 답할게 없다"며 질문도 제대로 받지 않은채 서둘러 춘추관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허원순 정치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