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jung@sam-woo.co.kr 지난달 말 막내아들 대학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여러 가지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을 경험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생각을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졸업식 분위기가 어수선한 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졸업식날이라서 그러려니 생각하며 식전에 기념 사진을 찍어두려는 생각으로 캠퍼스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물론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사진 촬영에 열중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너무 많은 장사꾼들의 천막 때문에 어느 한곳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물론 장소를 옮겨다니며 필름을 파는 정도야 이해할 수 있지만,이날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곳곳에 진을 치고 있는 장사꾼들의 대·소형 천막은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많았다. 이들이 불법적으로 교내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돈을 내고 학교 당국의 승낙을 얻어 장사를 하는 것 같다는 아들의 말에 조금은 수긍이 갔다. 그런 얘기를 듣고 다시 보니 장사꾼들의 모습이 제법 당당해 보였다. 먹고 살기 위해 그러려니 하면 그만이지만,그래도 아닌 것은 아니어야 하는 원칙이 없다는 게 안타깝고 답답했다. 숭고한 학문의 전당에서 엄숙하게 진행돼야 할 졸업식이 5일장보다 엉망이어서야…. 학위 수여식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학교 노천극장에서 진행되는 학위 수여식에는 근엄한 총장을 비롯한 여러 보직 교수들이 참석,훌륭한 졸업식이 이뤄지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학위를 받아야 할 학생들의 자리엔 학생이 없는 게 아닌가! 학사·석사학위 학생 대표 몇 명과 박사학위 수령자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학사 보고 때 분교생까지 합쳐 학사만도 3천몇백명이라 했고,사진 찍을때 보니 부딪쳐 다니기에도 불편할 만큼 많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졸업식장에 있어야 할 주인공은 없고 허공에 메아리만 맴돌고 있는 모습. 학교 당국은 학생들에게 안내방송 한번 하지 않고,총장의 졸업사 중에도 이를 경청하는 학생은 없고 끼리끼리 모여 낄낄대며 사진만 찍는 모습은 참으로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이게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이란 말인가. 질서있고 엄숙한 졸업식은 구태고 나쁜 것 이어서 그렇단 말인가. 참으로 유감스러운 졸업식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