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가 샴푸시장 1.2위를 다투는 P&G와 유니레버, 위스키 시장을 점령한 디아지오코리아와 진로발렌타인스, 테이크아웃 커피를 유행시킨 스타벅스, 물류에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DHL과 페덱스...


2001년말까지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은 1만5천여개.


98년 5천1백여개에서 4년만에 세 배로 늘었다.


이미 미국 경제잡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5백대 기업중 1백70개가 국내에 들어와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 세일과 규제 완화는 수많은 외국 기업의 진출을 촉진시켰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르노삼성자동차 GM대우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기업의 영향력은 이들이 가져온 실생활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8년 압구정동에 1호점을 개설한 맥도날드는 청소년들의 먹거리 문화를 바꿔 놓았다.


99년 이대앞에 첫 점포를 개설한 스타벅스는 한국인의 음료 문화를 뒤흔들었다.


커피 인구가 급증했을 뿐 아니라 '커피숍' 대신 '테이크아웃 커피'를 찾게되면서 셀프서비스가 커피 문화의 새로운 코드가 됐다.


미국 회사 P&G와 유럽 회사 유니레버의 마케팅 경쟁은 '프리미엄 샴푸'라는 신개념을 시장에 안착시켰다.


최근 LG생활건강의 '엘라스틴'과 애경산업의 '케라시스' 등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P&G의 '팬틴'과 유니레버의 '도브'가 히트를 치기 전까지만해도 5천원이 넘는 샴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DHL과 페덱스가 들어오기 전에는 다음날 아침 미국 거래처의 책상까지 배달되는 특송서비스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파란 눈의 외국인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 것도 최근 일어난 큰 변화다.


제프리 존스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한때 장관 하마평 소문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98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는 3백8억달러(약 33조원.도착 기준).


이는 62년부터 97년까지 36년간 들어온 1백63억달러의 2배에 가까운 액수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국내 외환 보유고를 다시 안정권으로 회복시켰고 밀려든 외국기업들은 고용에 큰 역할을 맡았다.


산업연구원은 외국인이 1억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9백73명의 고용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실업률이 가파르게 오르던 99년에는 외국인 기업이 9만5천명에게 일자리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외국인의 국내 기업 인수를 '국부유출'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연간 외국인 직접투자는 최근 3년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도 있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제조업이 경쟁 기반을 잃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윌리엄 오벌린 암참 회장은 "한국의 기업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특단의 조치를 당장 취하지 않으면 중국과 경쟁하기가 나날이 힘겨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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