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험약가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 깜짝 놀랐다. 오리지널약에 대한 국내 보험약가가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됐다고 비난해온 다국적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약가를 내려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MSD는 지난해 2백36억원가량 팔린 오리지널 고지혈증 치료제인 "조코"중 "조코40mg" 1정의 보험약가를 1천8백77원에서 1천2백51원으로 33.3% 낮춰달라는 조정신청서를 최근 심평원에 냈다. 그런데 기존 주력 제품인 조코20mg에 대해선 조정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양 제품간의 함량 차이를 감안할때 사실상 조코 가격을 단번에 50% 인하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한국MSD는 지난해 38%의 매출 신장율을 기록한 조코의 가격을 왜 낮추기로 했을까. 업계는 특허가 만료된 심바스타틴 성분의 조코를 모방해 앞다퉈 개발된 국내 제약업체들의 제네릭제품들이 고지혈증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한국MSD의 가격 인하움직임에 대해 국내 제약사들은 "경쟁사 제품을 고사시키려는 헐값 공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뒤늦게 자사 제품의 보험약가 인하 신청을 추진하는 등 맞대응 전략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 쏟아진다 지난해말부터 특허가 만료된 심바스타틴 성분의 조코를 겨냥해 제네릭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동아제약의 "콜레스논",한미약품의 "심바스트",종근당의 "심바로드",CJ의 "심바스타",보령제약의 "시스타"등 5개 신제품이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20mg정이다. 보험약가는 제품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조코보다 37%까지 낮게 책정됐다. 그간 다국적제약사가 독점공급해왔던 심바스타틴 제제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3천만명이상의 환자가 처방을 받아 10년이상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안전성이 뛰어나다. 조코의 가격 인하는 고지혈증치료제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제약사간의 전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당장 상반기중 동화약품의 "DRD0201",국제약품의 "리페코",유유의 "조타"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로바스타틴과 프라바스타틴 계열을 포함할 경우 올해 등장할 전체 고지혈증치료제 신제품은 20여종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각축을 벌이게 될 치료제는 한일약품의 "메바로틴",중외제약의 "메버스틴",종근당의 "로바로드"등 로바스타틴 성분의 약물을 포함해 40여종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다. 다국적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제품인 "크레스토"도 빠르면 올해안에 국내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이처럼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때문이다.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고지혈증과 지방간,심장관상동맥질환에 걸린 환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은 지난 98년 3백92억원에서 2000년에 5백51억원으로,지난해에는 다시 8백억원대로 커졌다. 올해 시장규모는 1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뇌졸중,심근경색 등 순환기계 질환이 암과 더불어 주요 사망원인으로 부각되면서 약물수요가 그많큼 많아진 결과다. 시장 경쟁 불 붙는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를 시장진입기로 보고 20억~3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이를위해 연초부터 종합병원과 클리닉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CJ는 "심바스타"를 내놓기 앞서 지난해말 학회 및 세미나 장소에서 펼친 월드컵이벤트,숨은그림 찾기 등 이색 프리마케팅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힘을 쏟고있다. 종근당은 원료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순수 국산 신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을 내세워 "심바로드"판촉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보령제약은 "시스타정"이 오리지널과 동일한 약가를 받았다는 점과 순환기계용 약에 강한 자사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올해 4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에 맞서 한국MSD는 가격 인하에 이어 의사를 대상으로 한 제품 설명회 강화,광고 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1~2년내 콜레스테롤 저하제 콤비네이션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아토바스타틴 성분의 "립토"로 2백10억원어치를 판매한 한국화이자도 다양한 마케팅에 들어갈 방침이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