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때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아이러닉하게도 '세대 간 단절의 문제'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젊은이들은 인터넷신문,인터넷카페에서 만나 그네들끼리 토론하고 의식한다. 이들은 늙은이가 피력하는 인쇄물과 매체에 관심이 없고,늙은이는 젊은이들의 마당에 들어가 대화할 수 없다. 서로 간 의사교환의 통로가 막힌 채 두 문화는 물과 기름처럼 융합할 길을 찾지 못한다. 신문과 방송도 덩달아 판을 갈라 대립하고 있다. 이 중 인터넷세대는 뜨고,아날로그세대는 지는 해가 되고 있다. 오늘날은 '첨단정보통신수단의 조작능력'이 힘을 의미하는 사회다. 수십년간 두뇌에 쌓은 지식,피땀으로 얻은 경험은 박물관에나 가야 한다. 이런 리더십의 이동은 이미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시작했고,여론을 중시하는 새 정부에 의해 더욱 힘이 받쳐질 것이다. 한국경제의 장래는 이제 청장년세대의 등에 얹혀지게 됐다. 이들의 지식과 감각,노력에 한국경제의 내일이 결정되고,은퇴세대의 노후도 의존하게 될 것이다. 최근 기성세대가 청소년의 경제교육문제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시의적절하다. 젊은이들이 듣든 안듣든 교육만이 아직 남은 기성세대의 책임일 것이다. 청소년교육 제1장은 경제에 탈이 나면 바로 그들 자신이 제일선에서 고통받을 당사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른바 5060세대는 개발도상사회에서 결핍의 고통,도전의 위험,성취의 보람을 모두 맛보았다. 이제는 뒷자리로 물러나 세상 돌아가는 꼴이 시원치 않으면 그대로 여생을 마쳐도 되는 계층이다. 그러나 오늘의 청소년들은 조심없는 행동의 값을 실직 좌절 결핍으로 일생 갚아야 한다. 그들도 선배와 똑 같이 '현실이 곧 네가 사는 감옥이고,다른 사상과 행동은 모두 심심풀이(pastime)'라는 사실을 체험할 운명인 것이다. 오늘날,청소년이 알아야 할 경제현실은 무엇인가. 최근 경제사정은 악화일로에 있다. 소비여력은 고갈되고,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고,유가상승과 무역적자가 늘어나고,투자신용등급이 내려가는 등 경제사정이 호전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경제의 체질이 급속히 노화하는 것이다. 성장과정을 멈춘 생명체의 크기가 각기 다르듯이,국가경제도 어떤 나라는 5천달러에서 멈추고,어떤 나라는 3만달러까지 간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모든 지표는 오늘날 성장을 그친 선진경제의 모양을 급속히 닮아간다. 저축률은 낮아지고,사회보장부담이 증가일로에 있고,국내소비증대에 경기를 의존한다. 국가부채와 신용카드 사용률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거나 초과했다. 이들 표면상의 지표보다 치명적인 것이 국가적 사기(士氣)다. 요즘 흔하게 듣는 얘기가 "일할 사람이 없다" "일거리가 없다" 그리고 "이 일 집어치우겠다"는 말이다. 사업가는 사업정리할 생각뿐이고,기업은 자산매각 및 보수경영을 지향한다. 정부는 나눠주기,여가증대,소비진작에 앞장선다. 청년세대들은 모두 쉽고 광(光)나는 일만 찾아,기계 만지고 기술 익힐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공계를 살리자고 야단이지만 중국 동남아로 공장이 이사간 후 이들을 어디에 쓸 것인가. 정보화의 첨단에 서 있음을 자처하는 청년세대들은 과연 세계의 정보화 조류를 올바르게 읽고 있는가. 오늘날 정보의 바다는 국경간의 정보장벽을 허물고 세계를 무한경쟁체제로 묶는다. 경제에 관한 한,국경이나 국민의 의미는 없어지고,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공동의 경제원리에 지배받는다. 이런 국제사회를 통하는 논리는 오직 이성(理性) 뿐이다. 그런데 인터넷세대는 때아니게 민족감정 평등지향 같은 감성과 이념의 문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힘 잃는 시장원리와 동적(動的) 가능성 결핍같은 한국경제의 현실을 정보가 투명한 국제사회는 흘려버리지 않는다. 반미,북핵 등 안보문제와 더불어 한국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외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성장이 멈춘 사회에서는 도전·꿈·미래가 없다.앞길이 창창한 청소년들이 스스로 '소싯적 가난이 가장 큰 자본'이란 금언을 깨우치기까지 2세 경제교육이란 없다. kimyb@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