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최고의 두뇌집단 '중국과학원' ]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베이징 중관춘의 북쪽은 '과학촌' 또는 '대학촌'으로 불린다. 대학과 연구소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3대 명문대로 꼽히는 베이징대와 칭화대, 인민대가 삼각형을 이루면서 과학촌에 들어서 있다. 그 삼각형의 중심에 중국 최고의 과학기술 두뇌들이 모인 국무원 직속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중관춘 건설의 주역이기도 한다. 중관춘은 지난 1980년 과학원 물리연구소 천춘(陳春) 연구원 등이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시찰하고 돌아온 후 '선진기술복무부'란 하이테크기업을 창업한 데서 비롯됐다. 현재 중관춘을 대표하는 기업은 중국 최대 PC메이커인 롄샹(聯想)이다. '중국인의 자부심'으로 떠오른 롄샹은 지난 84년 류촨즈(柳傳志.현 롄샹 회장) 등 과학원 계산기연구소 소속 11명이 모여 중관춘 단층 가옥에서 소형 PC를 조립하면서 시작됐다. 마쓰민(馬思敏) 중관춘관리위원회 부주임은 "중관춘에서 과학원 출신이 창업한 기업은 3백여개에 이른다"며 "과학원은 첨단과학기술산업단지인 중관춘을 건설한 주역"이라고 말한다. 고색창연한 회색 고층빌딩인 중국과학원 본관에 들어서면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친필 현판이 시선을 끈다. 붉은 바탕에 황금색 글자로 쓰여진 현판엔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을 경제건설과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늘의 중관춘'이 있게 만든 과학원의 실용주의적인 성향과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성향은 98년부터 시작돼 2010년에 끝나는 과학원의 '지식혁신프로그램'(KIP;Knowledge Innovation Program)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97년말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쓸 즈음 과학원은 '지식기반경제를 위한 국가혁신 시스템'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세계화와 정보기술(IT)기반의 신경제 흐름에 따라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구조와 사회체제를 과학기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게 그 골자였다. 이듬해 2월 과학원은 대대적 구조조정프로그램인 'KIP'를 마련, 개혁에 착수했다. KIP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연구역량 강화' '치열한 경쟁원리 도입' '과학기술인재 유치 및 양성' 등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먼저 선진 과학기술동향과 국가의 전략적 수요를 감안, 생명공학 생태환경기술 등 최우선 지원 분야를 정하고 이에 맞춰 연구조직을 재편했다. 이에 따라 1백23개에 달했던 과학원 산하 연구소들은 통폐합이나 독립법인화 과정을 거쳐 81개로 줄어들었다. 왕위영(王玉英) 과학원 국제협력국 부처장은 "이같은 개혁을 통해 효율성이나 연구팀 구성, 협동연구 등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소들은 '유동성, 개방성, 경쟁, 선택적 지원'을 내걸고 고용구조와 임금체계 연구메커니즘 등을 개혁하고 있다. 우선 사회주의식 평등 임금체계를 없애고 연구성과에 따른 보상시스템과 연봉제를 도입했다. '평생 직장'의 개념도 사라졌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연구원들은 조기 퇴직이나 이직을 유도하고 프로젝트 고용시스템을 도입, 정규직을 대폭 줄였다. 이 시스템은 특정 프로젝트별로 연구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팀은 해체된다. 또한 객원 연구원, 석.박사과정 또는 박사후 과정의 임시연구원 등 임시직 비중을 크게 높였다. 덩선안(鄧深安) 과학원 종합기획부 처장은 "6만여명의 연구원 및 직원 가운데 임시직 비중이 KIP 도입 이전엔 10%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50% 가까이 높아졌다"며 "오는 2005년까지 정규직을 전체의 3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의 우수 중국인 과학자 유치도 KIP 주요과제의 하나다. 덩 처장은 "98년부터 3년간 배정된 연구소개혁자금 54억위안 가운데 6억위안이 해외 인재를 영입하는데 투입됐다"며 "해외인재들을 활용한 선진 과학기술 응용사업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과학원 연구원들은 최근 2∼3년간 인디카종 벼 게놈정밀지도 완성, 귀머거리병 유전자(GJB3) 발견, 새로운 나노튜브합성법 발견, 귀세포를 이용한 수소복제 등 주목할만한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특히 중국을 '게놈선진국' 대열에 끌어올린 '벼 유전자지도 완성'은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베이징=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