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sh@hitel.net 처음 소개받아 수인사를 나눌 때 병원장이라 소개하면 첫 인사가 "어려우시죠?"로 시작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병원경영도 어려워져 중소병원 3곳 중 한곳은 파산한다는 것을 웬만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 어린 안부를 묻게 되는 것인데,그 다음 전공과목이 일반외과라고 하면 눈이 동그랗게 되어 "다른 과도 병원에 있죠?"하며 더욱 더 걱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그런 다음 치질을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하면 다소 누그러져 멋쩍은 듯 씩 미소 지으며 인사를 나누곤 한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그쪽 방향으로 이어져 대화가 오가게 되는데 가장 흔히 묻는 말이 "많이 아프죠?"다. 안 아프다고 하면 거짓이지만 수술기술의 발달로 충분히 참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경감되었다고 하면 정색을 하고 사실 본인도 치질로 수년간 고생하고 있는데 한번 봐 달라고 한다. 외과의사의 가장 흔한 거짓말 중 하나가 수술 후 별로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치질수술로 고생해 본 사람은 그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는지 의문이 가지만,십수년간 그 분야를 경험한 필자로선 확실히 통증이 예전보다 덜해졌음을 느낀다. 솔직히 외과 수련과정 당시 치질수술은 큰 수술에 밀려 관심을 덜 가졌고,교수님이 하시는 치질수술의 조수를 할 때도 별 것 아니라고 스스로 여기며 지겨워 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 유난히 치질수술만은 교수님 스스로 꼭 하신 뜻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라고 할 수 있는 항문에서의 수술은 보기에는 쉽고 간단해 보이나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실로 예민해 쉽게 제자에게 맡길 수 있는 수술이 아니었던 것이다. 친구들은 가끔 나를 보고 왜 하필 지저분한 치질수술을 전문으로 하느냐고 놀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때 잘 배설하지 못하면 어찌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겠느냐? 제발 지저분하다고 구박하지 말고 항문을 잘 모셔서 쾌변 장수하라"고 대꾸하곤 한다. 스트레스가 가중될 때 건전한 카타르시스가 꼭 필요하듯 생활의 활력을 위해 상쾌한 배변이 필수조건인 만큼 친구의 놀림은 웃음으로 넘기고 쾌변 도우미의 역할을 계속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