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관련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최근 금강산 육로관광을 계기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현대의 대북사업이 다시 위기국면에 빠지게 됐다. 우선 특검 자체가 사법처리를 염두에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북사업의 주체인 현대그룹 계열사들의 입지가 극도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그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현대를 '엄호'해온 북한 당국과의 관계도 악화될 전망이어서 기존 대북사업 일정이 전면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일단 "이번 특검 조사가 관련자 처벌보다는 진상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겠느냐"며 "아직 변수가 많은 만큼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현대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대북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일관되게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정몽헌 회장이나 현대 계열사가 사법 처리 대상에 오르면 사업추진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돈이 들어갈 개성공단 조성사업을 대신 떠맡을 기업들도 마땅치 않다. 대안을 찾는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대북사업은 장기 교착국면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가 대북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더라도 정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공기업의 역할이 강화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도로 대북사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 단계에서 유일한 변수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의 속도와 전개방향이다. 새 정부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간 정치.경제.군사적 측면의 일괄 타결을 시도하고 나온다면 대북사업은 '한반도 평화'와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 속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여지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북송금의 실체 규명이 불가피하고 여론의 향배가 불투명하다는 측면에서 대북사업 추진력의 탄력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