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MF(국제통화기금)가 한국 파생금융상품시장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경고를 했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한 단면과 내재된 문제점을 드러낸 것으로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지난 몇년 동안 우리나라 선물 및 옵션시장은 '비대 현상'을 보여 주가지수옵션은 세계 1위, 주가지수선물은 세계 4위, 국채선물은 세계 8위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문제는 과도한 팽창 속도만이 아니라 시장 내부구조의 불안정성이다. 원래 선물 및 옵션거래는 현물투자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생된 것이며, 헤지(hedge)기능이 그 본질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선진국가들의 파생상품거래는 기관투자가들의 위험회피 목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이 60%에 달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투기거래의 정도가 심해 본래의 기능인 헤지 수단으로 이용되기보다는 투기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특성과 잠재적 위험요소에 대비한 적절한 통제장치가 갖춰지지 않고 파생시장이 혼란에 빠질 경우 자칫 전체 금융시스템이 교란될 위험성이 있다. 이것이 바로 IMF 경고의 배경이다. 선물시장의 이상 비대현상에 따른 또 하나의 불안요인은 주가의 변동성 확대와 현물시장의 교란이다. 외국인과 기관 등 거액 투자자들은 현행 제도상 선물매매에 대한 한도 규제가 미흡하기 때문에 선물과 현물의 시세 차이, 즉 '베이시스'를 의도적으로 조성함으로써 하루 수천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매와 차익거래를 유발하고,또 주가의 변동성을 확대시킨다. 즉 파생상품인 선물이 몸통인 현물시장을 죄우하는 소위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런 투기적 차익거래는 수요기반이 취약한 한국적 증시여건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증시의 또 다른 비효율적 특성은 주식매매가 장기투자보다 주로 단기 투기성 동기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있다. 우리나라 상장주식의 매매회전율이 외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은, 주식의 단기매매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투신권 펀드의 평균 운용기간도 1년 내외의 단기에 치중되어 있다. 단기패턴의 주식매매는 수급상황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주가의 변동성을 확대시킨다. 또 이같은 불안정한 증시여건이 장기투자를 억제하고 단기투기를 조장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그리하여 한국증시의 저변확대와 수요기반의 확충, 간접투자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기관투자가의 역할 증진 등을 어렵게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 증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앞에서 말한 증권시장 내부의 비효율적인 특성과 불안정 요인을 해소하고 건전한 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몇가지 방안이 조속히 강구되어야 한다. 첫째, 선물매매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즉 선물 및 옵션매매에 대한 현행 미결제 약정한도 규제 대상에 차익거래를 포함하고 수량제한 한도를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투기적인 차익성 선물매매 포지션의 과도한 축적을 조절함으로써 프로그램 매매에 의한 주가의 급등락을 방지하고 시스템의 안정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이밖에 선물매매의 레버리지 효과를 결정하는 증거금제도도 신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식의 단기매매를 억제하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세제면에서 현행 증권거래세 대신에 자본이득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즉 자본이득세를 통해 선진국에서와 같이 장기 투자와 단기 투자를 차별하여 장기투자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 우대를 하고, 단기투자 이득에 대해서는 차등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증시의 성숙 단계에 비추어 볼 때 이제는 세제면에서 과감한 조치를 추진할 때가 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분배 및 사회정책면에서도 타당한 방향이다. < cmoonpark@unitel.co.kr >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