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로또"로 인생역전을 꿈꾼다면 화장품 업계는 "방판"으로 판세역전을 바라고 있다. 시판시장이 몇년째 내리막길을 달리고 백화점을 거점으로 한 수입화장품의 공세는 날로 거세지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올해 경기전망도 불투명하기 그지없다. 이런 와중에 성장세를 거듭하는 방문판매는 국내 화장품 업계에 숨통이자 활로로 여겨지고 있다. 대리점을 끼고 인적판매를 하는 기존방판(구방판)과 판매원들이 본사에 소속돼 판매수수료를 받는 신방판(직판)을 포괄한 방문판매 시장은 최근 3년동안 매년 20~30%이상 고속 성장을 해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 시장 규모는 1조3천억~1조9천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단계까지 합치면 2조6천7백억원대.전체 시장(5조7천억원 추산)의 40%를 웃도는 규모다. 한때 화장품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전문점시장은 최근 몇년 들어 그 비중이 40% 안팎까지 떨어졌다. 대신 방문판매와 백화점은 꾸준히 상승하며 시장성장을 이끄는 엔진이 되고 있다. 특히 방문판매는 고가제품 위주인데다 매출채권 부담 없이 판매하면서 수익성이나 현금흐름도 좋다. 태평양의 경우 지난해 방판과 직판 비중이 각각 30%,13%로 전체에서 43%를 차지했다. "정(情)"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인적판매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도 시장 전망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세계직접판매협회연맹(WFDSA) 총회에서는 한국이 인도 러시아 중국과 더불어 직접판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4대 시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방판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만도 LG생활건강 나드리 애경산업 등 대형업체들이 잇달아 방판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다.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등도 기존 방판 라인을 한층 보강했다. 서로 "인재"를 빼가려는 스카우트 전쟁도 치열하다. 당연히 판매원을 관리하려는 회사측의 노력도 가지가지다. 우수판매원에 대한 철저한 인센티브와 전문 교육에 앞다투어 나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매원 하나하나가 방문판매 비즈니스의 첨병이자 경쟁력의 정예부대"라며 "판매조직을 잘 관리하는 것이 사업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한다. 물론 방판시장 전망이 마냥 장밋빛만은 아니다. 코리아나 직판사업부 이완승 이사는 "백화점과의 고객 경쟁이 치열해지고 방판 브랜드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살깎아먹기식 할인공세로 가격질서를 흐리고 일부에서는 인터넷쇼핑몰이나 전문점으로 방판제품이 빠져나가는 경우 전체 유통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각사별로 제품력과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경쟁우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판매원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당분간 그 시장전망이 비교적 밝다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시장참여자 수가 늘고 소비 심리 위축이 방문판매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치겠지만 대형 메이커 위주로 방문판매 성장세는 이어지리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삼성증권 한영아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폭발적 성장세를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현대 사회가 비대해질수록 1대1 맞춤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전망이 밝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