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우리 화장품 역사와 여성경제사에 한 획을 그은 "특별한 아줌마"들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아모레 아줌마".향긋한 분이며 빨간 입술 연지며 여심을 설레게 하는 물건이 바리바리 들어있는 "요술 보따리"를 들고 대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예뻐보이는 화장비법까지 귀띰을 해 주며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곤 했다. 아름다움을 파는 "미의 전도사"였던 이들은 이집 저집 소문을 전해주는 "메신저"이자 하소연을 들어주는 "상담원"이었다. 바깥세상과 통할 길이 적었던 여염집 주부들에게 아모레 아줌마는 소중한 존재였다. "아모레 아줌마가 기침소리만 내도 온 동네 대문이 죄다 열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을 만큼 "현대판 방물장수"들은 대단한 위세를 떨쳤다. "아모레 아줌마"로 대표되는 방문판매제도는 화장품 유통사에서 "혁명"으로 받아들여진다. 태평양이 64년 방판제도를 도입한 이후 30년 가까이 화장품의 80%가 방판 채널을 통해 거래됐을 정도다. 아모레 아줌마에 이어 쥬단학 아가씨,피어리스 아가씨 등이 속속 등장하며 방판시장은 급팽창했다. 화장품 시장의 성장 견인차 역할은 물론 국산 화장품이 외국제품의 공세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했다. 또한 고용창출과 돈을 벌고 싶어도 일감이 마땅치 않았던 시절 가정주부들을 경제활동인구로 끌어내며 여성고용창출에 지대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던 방판채널은 80년대를 거치며 화장품 전문점이라는 새 채널의 도전을 받는다. 이 와중에 방문판매는 그 점유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90년대초 코리아나화장품이 "옛날식 세일즈"로 다시 선풍을 일으키면서 방판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주부 대학생까지 방판 대열에 대거 가세하면서 다시금 부활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20~30대 미혼여성들을 포함해 고도의 마케팅 훈련을 받은 여성들이 대거 방문판매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반영해 명칭도 세련되게 달라졌다. "아모레 카운셀러","태평양 뷰레이터"(태평양),뷰티 파트너(코리아나),"뷰티매니저"(나드리)처럼 전문적이고 고급스런 이미지다. 첨단 기술로 무장한 것도 눈에 띤다. 컴퓨터로 고객을 관리하는 것은 기본.이젠 PDA 시대다. 태평양은 SK텔레콤과 손잡고 "영업촉진 자동화시스템"을 운영중이다. PDA로 기본적인 고객정보 관리는 물론 재고관리,상품 주문과 판매까지 일사천리로 끝낼 수 있다. 코리아나의 방판 자회사인 아트피아화장품도 올들어 SI(시스템통합)업체들에 의뢰 모바일 영업지원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PDA에 피부측정용 카메라를 달아 고객의 피부상태를 즉석에서 점검해주기도 한다. 고객의 집을 방문하는 "도어 투 도어 서비스"에서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퍼슨 투 퍼슨 서비스"로 바뀌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