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한상의가 마련한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강연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모습은 예전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그는 서두에 "새 정부가 어떻게 경제정책을 펼칠 것인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 알수 있는데 아직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못마땅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어 "자유시장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준비한 원고를 생략하고는 곧바로 질의 응답으로 들어갔다. 답변 과정에선 불편한 심기를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노무현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경제계에 많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돼버렸다. (이 상황을) 어쩌란 말이냐"며 "내가 과격한 행동이나 불안한 행동을 한게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따지듯이 반문하기도 했다. 작심하고 나온 듯한 노 당선자의 이날 조찬 간담회 발언에서는 경제계를 향한 '실망감'이 적지않게 묻어나왔다. 자신이 향후 한국 사회의 방향을 제시했으면 그 방향이 옳은지,또는 실행 가능성은 있는지에 대한 논리적 반박이나 새로운 제안이 나와야 한다는 게 노 당선자의 생각인데,'불안하다,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혼란스럽다'는 등의 비논리적 '반응'만 나오고 있는 현실이 그를 짜증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꼬여가고만 있는 북한 핵문제도 그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평화적 해결'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는데도 이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될 북한은 계속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고,토론하자고 부른 정부 관료들은 엄청난 양의 서류를 들고 보고나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답답증'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고 한 측근은 귀띔했다. 대통령 취임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시원하게 풀리는 일이 별로 없는 모습이다. 오는 25일 노 당선자는 일체의 '정책'에 대해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이 나라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다. 다양한 정책 현안에 관한 자신의 해법을 이해 당사자들에게 설득하고 컨센서스를 이끌어내는 일은 그의 몫이다. 두달 남짓한 당선자 시절 동안,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이 맞춰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면 그나름대로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김용준 경제부 정책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