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건 몰라도 나사만드는 일만큼은 자신있다는 임정환 사장은 경영방식도 남다르다.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일궈서인지 사원들에게는 아버지같은 사장이다. 직원들이 한푼이라도 더 벌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채산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직원들이 성취목표를 정하고 근무시간·생산물량·불량률 등을 반영,실적에 따라 임금을 결정한다. 일한 만큼 월급이 오르기 때문에 보너스는 따로 없다. 그래도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는 없다.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잔업을 신청하는 등 일더하기 풍토가 뿌리내렸다. 티내지 않고 직원들의 몫을 늘려주는 임 사장의 직원사랑과 리더십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경영 리스크 관리전략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장을 내수,수출,특수제품군으로 나눠 외부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일명 '3:3:3 전략'이다. 분야별로 30% 정도의 비중을 두고 매출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이 전략은 외환위기 때 빛을 발했다. 국내 시장이 크게 위축돼 매출이 급감할 때 수출로 발생한 수익금이 환차익을 안겨줘 외환위기를 가볍게 넘겼다. 그는 어음거래를 안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임 사장은 "아무리 좋은 수주라도 어음으로 하는 거래라면 사양한다"며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상거래를 발전시키려면 어음거래보다는 신용거래(외상거래)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음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은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엔 부실화된다는 설명이다. 임 사장은 손님이 찾아오면 꼭 복집으로 데려간다. 복을 많이 받으란 의미다. 또 오래 살라며 '백세주'를 권한다. 사무실에서 사업 얘기를 들려주던 임 사장은 이날도 어김없이 복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이 몇 순배 돌자 품안에서 메모지를 꺼내들었다. 중소기업인들의 애환과 바람을 요약한 내용을 한줄한줄 읽으며 설명을 덧붙였다. "△투자시설을 잠재우지 말고 24시간 활용해야 한다 △국민소득에 걸맞은 교육제도를 갖춰야 한다 △공직자 수명이 짧아 일관성 있는 행정지원이 아쉽다 △산재보험을 민영화하자 △일 더하기 운동을 펼치자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 그의 제안 20여가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과 소망이 깊게 배어 있었다. 진지하게 설명하는 그의 표정 또한 팔팔한 열정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