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鎭愛 < 건축가.(주)서울포럼 대표 > 교통 홍수처리 상인들의 생업보호 등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지난 주 발표된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기본계획'은 과연 추진될 수 있을까?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청계천 복원 자체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급하게 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의견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통해서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서울시는 7월 착공을 천명하고 있으나,교통체계를 관리하는 경찰청은 이제 검토에 착수한다 하고,막막해진 상인들의 집단적인 반발도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교통 치수 상권보호문제와 함께 청계천 복원안이 정말 도시와 시민생활에도 좋은 디자인이냐에 대해서도 검토돼야 한다. 서울시가 발표한 '청계천 조감도'는 문제 있다. 조감도라는 것이 원래 하늘 높은 데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보기는 멋진' 맹점을 안고 있는데,이 조감도는 혹시 초고층에서 보면 그렇게 보일까,실제와는 다르다. 물이 그렇게 많이 흐르지도 않거니와,둔치녹지도 그렇게 풍성하지 않고,보도도 그렇게 넓지 않다. 몇가지 구체적으로 지적해 보자. 첫째,청계천은 그 깊이 때문에 보행인이 느끼지 못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기점인 동아일보사 앞은 2∼3m 깊이니까 낫지만,5가가 되면 6m,끝으로 가면 12m 깊이가 된다고 한다. 이런 깊이라면 사람들 접근도 쉽지 않으려니와 청계천 변까지 가지 않는 한,보도에서 물이 보이지 않는다. 둘째,청계천은 마치 'DMZ'처럼 청계천 남북을 가른다. 14군데 진입구로는 5.8㎞ 길이의 청계천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지금은 청계천 양변에 상가들이 밀집해서 하나의 가로로 통합되고 있지만,청계천이 복원되면 오히려 남북이 분리가 된다는데 아이러니가 있다. 청계천 복원 때문에 청계천의 현재 보도폭이 줄어든다는 계획도 아이러니다. 셋째,청계천 다리 밑은 컴컴한 굴이 되기 십상이다. 약 5백m 간격마다 30∼50m 폭의 남북 도로 밑 다리가 생기는데,그 다리 밑이 쾌적한 공간이 될 것인가. 아무리 설계로 조정한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넷째,청계천 둔치가 여유 있는 녹지공간이 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양변의 도로 빼고 청계천 평균 폭이 20∼25m 정도인데,옹벽을 급한 경사로 하지 않는 한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둔치는 아주 옹색할 것이고,그렇다고 옹벽 경사를 급하게 하면 절벽처럼 보일 터이니 그것도 문제다. 왜 이런 지적을 하는가? 청계천이 복원되면 마치 고기 놀고 산책하기 좋은 공간이 될 듯 기대하는 환상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서다. 양재천과 자주 비교하지만,양재천은 둔치 포함해서 폭이 약 50m가 된다. 중간에 다리도 별로 없고 주변 개발 밀도도 낮다. 양재천은 정확히 '자연 하천'이다. 이제쯤이면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급하게 해 놓고 도시 한가운데의 애물단지가 되면 어떡할 것인가? 만약,길게 보고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예산을 충분히 잡는다면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 복원은 잘만 하면 몇마리 토끼를 잡는 복합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홍수 대비 지하물길과 지하도로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의 문제다. 진정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서울을 장기 비전으로 본다면 오히려 이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현실적으로 어차피 '인공호수'가 될 청계천이라면 딱히 땅을 파서 만들 이유가 뭔가? 청계천을 지상화한다면 물도 흐르고 녹지도 많은 '21세기 청계천'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은가? 사람들 이용도 쉽고,다리 밑 굴다리 문제도 안생길 터이고,남북 통합도 이루어질 것이다. 예컨대,왜 5.8㎞ 구간이 똑같은 모양이 돼야 하나? 왜 일부에는 광장도 만들고 지상 녹지공간도 만들지 못하나. 서울시의 현재안은 지나치게 토목 위주다.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 복원의 공론화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그 공을 인정받을 만하지만,진정 서울을 생각하고 시민을 생각한다면 더 길게 보고 발상을 바꾸기 바란다. 이왕이면 '시민투표'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명박 시장 프로젝트가 아니라 '서울 시민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jinaikim@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