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앞으로 어떤 노동정책을 내놓을지에 대해 노동계나 재계는 물론 해외투자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노 당선자는 노사간의 힘이 균형을 찾아야 하며,노사갈등을 푸는데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것이 노 당선자의 노동문제에 대한 현실인식이라면 대다수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 당선자는 먼저 우리나라의 노동문제가 노사관계 불안, 일자리 불안, 복지제도의 기반붕괴 조짐 등으로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또 노사관계 문제가 일자리 문제와 복지문제를 야기하게 됐고,정치논리에 입각한 노동정책이 노사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1987년 노동운동이 폭발적으로 전개된 이후 노사관계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노동시장은 큰 변화를 겪어왔다. 대부분의 대기업에 노동조합이 결성되는 상황에서,단체교섭 협상력이 떨어지는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임금인상의 여파 때문에 대기업은 신규채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외주나 하청,비정규직의 활용을 늘리는 등 편법적인 고용관행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극복하려고 했다. 그 결과 괜찮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중소기업에 전가돼 절대 다수 근로자들이 받는 상대적 급여수준은 계속 하락해 왔다. 5백인 이상 사업체의 급여수준을 100이라고 할 때,10∼29인 사업체의 급여수준은 86년에는 90이었는데 96년에는 70에 불과해 10년 사이 무려 20포인트나 떨어지게 됐다. 노사관계 불안으로 야기된 편법적인 고용관행은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화와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더욱 심각해지게 됐다. 누적돼 왔던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그대로 나타나게 됐다. 실업률이 불과 몇달 사이에 3∼4배 치솟게 됐고,하청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등 힘없는 근로자가 먼저 실직의 아픔을 겪었다. 실업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사회보험제도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것도 비정규직 등 힘없는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기업은 법정인건비 부담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사실상 직장사회보험의 혜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이나 외국인력의 활용을 늘리는 등 편법 고용관행에 더욱 의존해 비정규직 비율은 급기야 정규직보다 앞서게 됐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절반밖에 안되는 급여를 받으면서도 언제 그만 둘지 모르는 상황에 있다. 결국 사회보험은 확충되지만 근로빈곤계층은 늘어나 일자리와 복지문제가 따로 노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이 보험재정의 적자문제가 발생해 일반 국민들마저 복지제도의 기반붕괴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15년 간 누적돼 온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총체적 위기상태에 빠진 노동문제의 실상을 일반 국민은 물론 노동계와 재계에 솔직하게 설명하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노사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노사의 눈치를 살피면서 상황논리에 따라 노동문제를 접근하던 지난 15년 간의 노동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 정부가 개별사업장의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원칙하게 개입하거나,노사단체를 상대로 정치적 흥정을 해서는 안된다. 또 현안이 되는 노사관계 문제에 매달리고 그렇지 않은 일자리문제나 복지문제에 소홀했던 노동정책의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고용문제나 복지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편법적인 고용관행만을 문제 삼아 법제도를 통한 해법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 취약근로계층의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는 예산사업을 강화하는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의 이면에 깔려 있는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관계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gotgk@hanmail.net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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