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상 최초로 성체세포를 이용해 태어난 복제동물 돌리의 때이른 죽음은 태어날 때만큼이나 많은 복제 위험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일부 과학자들로부터 실제로 복제인간 탄생 주장이 나오면서 인간복제의 윤리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지고 있지만 정작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장본인인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는 인간복제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인물이다. 윌머트박사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은 모든 가능성을 다 따져 보아도 복제된 인간은 참혹하리만큼 단명하거나 중대한 장애를 갖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시도된 동물복제 실험에서 자궁에 착상된 복제동물 태아 6마리 중 5마리가 자연 유산되는 사실로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지난 해 2월 태어난 세계 최초의 복제고양이 `Cc'의 경우만 보더라도 연구진은188차례의 복제 시도 끝에 82개의 배아를 얻었지만 결국 태어난 것은 단 한 마리뿐이었다. 대부분의 복제 동물들은 태어난 지 24시간 안에 심장이나 폐, 신장 이상으로 사망하며 겉보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난 동물들도 이보다는 오래 살지만 결국 갑자기 생명을 잃는다. 돌리의 경우에서 보듯 복제된 동물은 DNA 자체가 나이 든 것이기 때문에 조로(早老)하는 것으로 보인다. 양의 수명은 보통 11-12년 정도이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지난 해 생식용 복제 행위가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이를 불법화할 것을 주장했다. 윌머트박사는 유전자 활동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서 "복제된 배아의 운명은 핵 전달 후 수시간내에 분자의 활동으로 결정된다. 복제된 배아의 초기 성장단계에 관해알려진 것이 너무도 적다는 점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복제기술은 윌머트박사가 사용한 방법이다. 그 과정은 우선 난자로부터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기증자의 DNA를 집어넣은뒤 전기로 결합시키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처럼 외부에서 주입된 DNA는 난자의 유전자정보를 바꿔 기증자의 유전자와 완전히 일치하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론적으로는 난자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모든 유전적 장치가 완비돼 있지만 실제로는 이같은 장치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이상을 일으킨다. 일부 유전자는 결정적 단계에서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거나 중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인체 전부를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복잡한 운동에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또 다른 위험은 복제 과정에서 일어난 미세한 결함이 나중에 만성적인 질환으로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코네티컷 대학의 제리 양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해 복제된 암소들의 X염색체를 조사한 결과 10개중 9개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냈다. 동물의 성을 결정하는 X염색체를 암컷은 두 개 갖고 있는 반면 수컷은 X염색체한 개와 Y 염색체 한 개를 갖는데 암컷이 가진 두 개의 X염색체 중 한 개는 유전자정보를 가동시키지 않는 비활동성이다. 그러나 복제된 암소들은 비활동성이어야 할 X염색체가 활동성이 남아있어 마치 두개의 똑같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부터 각기 다른 지시를 받는 컴퓨터처럼 단백질 제조 메커니즘을 혼란에 빠뜨리고 이는 결국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양박사팀의 연구원 신디 티안은 비밀리에 인간복제를 추진하는 과학자들이 기본적으로 이와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복제된 인간 배아의 99%는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나머지 1%는 태어나더라도 유전자 발현 문제 때문에 대부분이 금방 죽게 된다"고 말했다. 설사 복제기술이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발전하더라도 인간 유전자복제는 인간을 복제할 가치가 있는 지배민족과 그렇지 않은 하급민족으로 분류했던 나치의 우생학을 악몽처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인간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진다면 다양한 유전자 사이의 역동적 교류가 끊기고 정체현상이 일어나게 되면서 진화가 정지돼 종(種)으로서의 `호모 사피엔스'는 종말을 고하게 될 수도 있다. (파리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