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까지 한시적으로 행사해왔던 계좌추적권을 아예 항구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엊그제 이남기 위원장은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계좌추적권이 필수적"이라며 "현재 3년 단위로 연장되고 있는 계좌추적권을 항구화하는 쪽으로 법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공정위가 계좌추적권을 항구적으로 갖는 것은 전적으로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현장조사권에다 영치권까지 행사하고 있고 조사에 불응할 경우 개인은 5천만원,법인은 2억원까지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조사의 편의를 위해 계좌추적권까지 항구화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정거래법을 고쳐 공정위를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원래기능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마저 없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계좌추적권의 항구화를 내걸고 나오는 까닭이 무엇인지부터 알 수 없다. 이대로 가다보면 장차에는 사법권까지 달라고 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계좌추적권을 요구하는 곳이 공정위만도 아니어서 더욱 걱정이다. 감사원은 감사원대로 계좌추적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고 최근에는 금융정보분석원과 부패방지위원회까지 저마다 조사수단과 징벌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으니 머지않아 모든 정부 부처가 금융계좌추적권을 갖는 우스운 꼴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여기에 더해 금감원 또한 검찰에 준하는 사법권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고 보면 모든 행정 부처들이 기회가 있고 털끝 만한 명분이라도 있으면 스스로 권력기구로 변신하기를 도모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할 만하다. 결국 정부가 기업 활동을 장려하기는 커녕 온갖 이유를 내걸어 기업을 파고,헤치고,징벌하고,규제하는데 열을 올리는 형국이니 한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처지가 매우 딱하게 여겨지는 정도다. 실제로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합치면 기업들은 본연의 기업 활동보다는 조사받고,불려다니고,압류당하고,압류당한 장부 되찾아오는 따위의 일에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해야 할 지경이다. 기업들의 불공정 내부 거래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 또 모르겠다. 기업관계자들을 수도 없이 불러들이고,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사실상 중단시킨 상황에서 수개월씩 현장조사를 벌인 끝에 거액의 과징금을 매긴 사안들이 법원에서 잇달아 번복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정부의 기업 때리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