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잡작스럽게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그 배경과 사의수락 여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그동안 손 부회장이 재계 입장을 외부에 전달하는 재계의 `입'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가 사퇴할 경우 전경련의 행보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사퇴의사 표명배경 = 손 부회장은 손길승 회장과 절친한 친구 사이인 자신이계속 부회장 자리에 남아 있으면 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사퇴를 결정했다고 11일 사의표명 배경을 밝혔다. 손 부회장은 지난 9일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서 일을 잘 할 수 있으려면 자신이 사퇴하는 게 도리라는 느낌이 들었으며 그날 저녁 손 회장과 둘이 식사하면서이런 생각을 전하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부회장이 지난 7일의 전경련 총회에서 부회장에 연임된 데다 손 회장추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손 회장과는 손발이 잘맞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손부회장의 갑작스런 사의표명은 상당히 `의외'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에따라 손 부회장의 사의표명과 관련, 그동안 재벌개혁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서 압력을 넣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빅딜이나 그동안의 전경련 회장선출, 인수위와 갈등과정 등에서 나타난 손부회장의 역할이나 행동에 대해 재계 일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부회장의 교체를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효석 민주당의원이 전경련도 젊고 개방적인 사람으로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압력이 들어온 데다 재계일각의 손부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서로 결합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기류가일부에서 조성된 것이 손 부회장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의수락 여부 = 손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전경련은 오는 20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손 부회장을 재신임할지, 아니면 사의를 수락할 지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전경련 몇몇 관계자들은 손 부회장이 그동안 회장단 사이에서 일을 잘 한다는평을 들었을 뿐 아니라 능력이나 정.재계 인맥 등에서 당장 그를 대신할 만한 인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재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손 부회장이 직접 사의를 표명했고 정치권 등 전경련 외부의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새 부회장이 전경련 사무국을 이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손 부회장이 새 회장의 취임을 기다린 후 사의표명을 했고 전경련을아주 떠나지 않고 전경련 국제경영원 원장을 맡고 싶다는 말을 한 점을 감안할때 손회장과 사퇴에 대한 의견교감이 어느정도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손 부회장이 자신에 대한 사퇴압력을 떨쳐내기 위해 사의표명이라는 `승부수'를 던진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지만 이미 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마당이기 때문에이런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차기 부회장 누가맡나 = 손 부회장의 사퇴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차기 부회장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재계 인사들은 무척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경련 내부에서 차기 부회장이 선출될 경우 서열상 정태승 전무와 좌승희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이 거론되는 정도다. 전경련 부회장은 회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SK쪽에서 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있지만 전경련 부회장은 재계 전체를 조율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재계를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그룹에서 회장과 부회장을 독식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관련 SK 관계자는 "차기 전경련 부회장으로 그룹내에서 언급되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전경련 부회장의 위상을 감안할 때 주요 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급이나 주요 경제연구소 책임자급 정도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