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의 짙은 안개로 인해 비행기 이·착륙이 7시간 가까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바람에 수많은 승객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은 건 물론이고 공항의 이미지와 신뢰감 또한 큰 손상을 입은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중순에 이어 올들어서만 벌써 두번째 이같은 긴급상황이 발생했는데 공항 관계자들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한심하기만 하다.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을 지향한다고 큰소리치면서 정작 공항운영을 부실하게 한 책임자들은 엄중히 문책 받아 마땅하다. 안개 발생이야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기상현상이라고 쳐도,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항공당국의 늑장대응과 부실한 운영시스템 탓이 크다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우선 이른 새벽부터 시정거리가 2백? 이하여서 항공기 이·착륙이 불가능한 기상상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왜 서울지방공항청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거의 한시간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김포공항으로 착륙장을 변경하는 대체공항 운용령을 발령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세관·검역기관 등 출입국 관리직원들까지 김포공항에 늦게 도착한 걸 보면 평소 비상근무 훈련이 제대로 안돼 있다고 의심해도 무방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상사태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공항의 시설과 인력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잦은 안개 발생은 이미 오래전부터 적지않은 논란의 대상이었다. 그렇다면 관계당국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대체공항의 운영체제를 철저히 준비하고 점검했어야 옳다. 그랬다면 아무리 김포공항으로 한꺼번에 비행기가 몰려든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도,승객들이 안내방송도 없이 몇시간씩 여객기 안에서 발이 묶이는가 하면 짐을 찾느라 8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공항운영 하나만 봐도 이렇게 허술하기 짝이 없으니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동북아 물류중심기지로 도약할 수 있겠는가. 비록 뒤늦은 일이지만 인천국제공항의 안개발생이 당초 예상보다 3배 이상 잦아진 원인은 명확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 또한 대체공항으로서 김포공항의 승객처리 능력을 확대하고, 공항직원들의 비상근무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끔 공항 직원들의 직업윤리를 확립하고, 관계당국은 비상대응 체제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