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인은 아니지만 '재계 빅4' 출신의 회장 체제를 탄생시킨 전경련은 움직임이 한층 발빨라지고 활동 반경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경련의 앞날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손 회장은 재계 수장(首長)으로서 새 정부의 '기업개혁 공세'에 원만하게 대응해야 하고 재계를 보다 강력하게 결속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의 대립관계를 해소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 조직으로 전경련의 위상을 재정립해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에도 기여해야 한다. ◆정부와의 협력관계 당장 "집단소송제 등 주요 기업개혁 과제에 대해서는 정면돌파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방침에 대해 전경련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노 당선자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전경련이 정부의 기업개혁 정책을 둘러싸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전경련이 대통령직 인수위측과 최근 마찰을 빚은 사안들만 해도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출자총액제한 제도 유지문제,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문제,금융계열사 분리청구제도 문제 등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손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 수락조건의 하나로 '정부와의 협력'을 내세운 만큼 대기업 개혁을 둘러싼 차기 정부와 재계간 갈등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평소에도 '정부와 기업은 협력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어 새 정부의 기업개혁 정책에 대해서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푸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측에서도 "손 회장은 합리적인 사고와 선진적 경영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대화 상대로는 무난하다는 것이다. ◆재계 결속과 화합 손 회장이 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계의 결속을 일궈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60개 단체를 포함한 4백4개 전경련 회원사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손 회장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주요 총수들이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아무래도 전문경영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손 회장이 회장직 수락조건으로 '회장단의 절대적 지지'를 제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경련 관계자도 "회장단 회의에서 굵직한 현안이 논의될 때마다 손 회장이 큰 방향을 제시하면서 전경련의 활동 방향을 정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