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H의 모든 건물은 숫자로 구분된다. 대학 캠퍼스와 맞먹는 규모지만 숫자만 알면 누구나 원하는 연구동을 찾을 수 있다. 본부가 있는 1번 건물입구에 들어서면 '1887'이란 숫자가 눈에 띈다. 1백16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뜻이다. NIH 역사는 신대륙 발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IH는 유럽 이주민들의 검역소로 출발했다. 규모도 한칸짜리 연구실 수준에 불과했다. NIH는 현재 27개 독립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국립암연구소(NCI)와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는 NIH의 간판으로 꼽히고 있다. 1937년 설립된 국립암연구소는 NIH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각종 암치료 연구에 연인원 5천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세계 6백50개 대학, 병원, 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49번째 빌딩인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지난 1998년부터 국제 공동 프로젝트로 시작된 '인간게놈프로젝트'의 본산이다. 2001년 인간유전자지도를 완성시킨 게놈프로젝트에는 세계 15개국, 3백50여개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그 핵심에서 지휘봉을 잡고 리드한 곳은 물론 인간게놈연구소였다. 빌딩 숫자 '49'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서부개척시대인 1849년 금광을 찾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난 사람들을 상징하는 '포티나이너'에서 따왔다. 게놈프로젝트를 완성해내려는 프런티어 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49'라는 숫자를 붙인 것이다. NIH에는 한국인 과학자 2백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여명이 정식 연구원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포스트닥(박사후) 과정이다. 세포신호전달분야 권위자인 이서구 박사, 국립암연구소 세포조절연구실의 김성진 박사, 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한 진혜민 박사, 국립치의학연구소의 박명희 박사, 대체의학 분야 차정주 박사 등이 대표적인 한국인 과학자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지난 85년부터 NIH 출신 5백여명의 과학자들이 동창회를 결성, 연구결과물과 관련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