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건강센터 '美 국립보건원' ] 미국의 수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베데스다시. 전형적인 전원도시풍의 겉모습과는 달리 전세계 생명의학(Biomedical) 분야 두뇌들이 몰려든다. 최첨단 생명의학의 '메카'로 통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인 곳은 부지 37만평에 75개 연구동으로 이뤄진 미국 국립보건원(NIH)이다. 보건부(DOHS) 산하의 NIH는 세계 인류의 질병퇴치와 건강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국립암연구소(NCI)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 등 27개의 부속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다. 연구원은 1만8천여명에 이른다. 울창한 숲이 요새처럼 둘러싸고 있는 NIH에 들어가려면 까다로운 검색부터 거쳐야 한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속 연구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국립암연구소의 '세포조절 및 암화(化) 과정' 실험실. 김성진 박사(49)가 모니터를 통해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NIH에서 몸담고 있는 20여명의 한국인 과학자중 한명이다. 일본 쓰쿠바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1987년 NIH에 들어와 94년부터 종신 연구원으로 활동중이다. 김 박사는 'TGF-베타'라는 물질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 주목을 끌었다. 김 박사는 "국립암연구소를 비롯한 부속 연구소들은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세계에서 모인 우수한 두뇌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자금지원, 최첨단 실험장비 등이 어우러진 것이 그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NIH 위상은 노벨상 수상 실적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 로렌스 박사(국립암연구소)가 지난 193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1백6명의 연구원이 노벨 과학상을 받았다. NIH가 생명의학 연구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미국 정부의 엄청난 예산지원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예산은 2백36억달러(28조3천억원). 올해는 2백73억달러(32조7천6백억원)로 지난해보다 16%가 늘어났다. 한국 예산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엘리아스 제르후니 NIH 원장은 "당초에 요청한 예산안이 의회 심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흔하다"며 "보건원의 연구성과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건강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유권자를 의식해 예산 증액에 신경을 쏟는다"고 말했다. 미국 및 세계 의과대학, 민간연구소 등 외부 연구기관에 대한 자금지원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NIH는 전체 예산의 90%를 외부 연구기관에 지원한다. 신기술 개발을 진행중인 연구진은 연구계획서를 NIH에 제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NIH는 관련분야 전문가들로 평가단을 구성, 연구계획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한다. 지난 한햇동안에만 4만6천건의 자금지원 신청이 몰려들었다. NIH의 지원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과학자는 5만여명에 이른다. 이같은 연구활동으로 가장 혜택을 받는 것은 바로 미국 국민들이다. NIH의 치료법 개발로 심장질환 사망률이 지난 10여년동안 무려 36%나 줄어들었다. 심장마비 사망률도 50%나 감소했고 암 환자의 5년 이상 생존율은 60%나 높아졌다. 지난 90년에는 세계 최초로 게놈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NIH는 최근들어 연구성과를 상업화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비즈니스 개념을 도입해 비효율성을 없애자는 취지다. 신기술을 상품화, 일반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므로써 세금을 낸 국민들에게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마크 로버그 NIH 기술이전국장은 "지난 10년간 NIH가 개발해 특허를 받은 신기술은 1천8백건에 달하고 이에 따른 로열티 수입은 3억5천만달러나 된다"며 "인센티브 정책을 확대하는 등 연구의욕을 북돋우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데스다(미국 메릴랜드주)=정종태.박해영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