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복리후생 프로그램으로 인재의 '마음'까지 잡아라." 최근 우리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경쟁 가운데 하나는 바로 복지 시스템 확충이다. 다른 회사에 못지 않은, 이왕이면 경쟁사를 압도하는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회사들이 자존심을 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외국 현지에서 채용한 '핵심 인재'의 경우는 우등석(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항공권을 가족들에게 제공하고 국내에 집도 마련해 주는 회사까지 있을 정도다. 마지못해 사원 지원제도를 만들던 과거의 행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원복지시스템이 인재를 확보하고 붙잡아두는 '제2의 연봉'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기업 복리후생 제도는 크게 보아 두 가지 경향을 띠고 있다. 하나는 종업원들이 자신에게 맞는 복지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복리 후생 제도'(일명 카페테리아식 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일과 생활 균형을 위한 복지 제도(work.life program)'이다. 두 제도 모두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이라는 것이 큰 특징. 종업원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회사)로서도 혜택이 적지 않다. 우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할 때보다 비용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제도 운영에 관한 유연성이 높아져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사실 복리후생제도는 그동안 노사간 '갈등'의 산물이었다. 노사가 임금협상을 할 때 인상률에 영향이 큰 기본급이나 보너스 대신 각종 수당이나 제도를 편법적으로 만든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부가급여(fringe benefit)는 결국 기업에 큰 짐이 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29년 당시 전체 보수의 3%에 불과하던 부가급여가 59년에는 25%, 95년에는 42%를 차지했다. '부가'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는 '급여'가 돼버린 것이다. 기업의 금전적 부담 외에도 문제는 또 있었다. 일률적인 복리후생제도에 소외되는 종업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게 된 것. 예를 들어 대학생 학자금 지원이라는 부가급여가 있을 경우 미혼자나 기혼자중 아이들이 어린 직원들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전적 부담을 줄이려는 회사측의 입장과 실제적인 혜택을 원하는 종업원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형태가 바로 선택적 복리후생제도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선택적 복리후생제도에 따르면 회사는 종업원들에게 여러가지 선택할 수 있는 복리후생제도를 제시할 수 있다. 종업원들이 그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골라 활용하면 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경우 5백대 기업 가운데 75% 이상이 선택적 복리후생제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대부분의 외국계회사와 대기업그룹이 도입했고 중소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과 생활 균형을 위한 복지 제도'도 성과문화 확산, 핵심인력 확보 및 유지 등의 추세에 따라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유연근무제 유급휴가 이사 등 편의제공서비스 재무.법무.건강 상담 학비지원 어린이 및 가족 보호 프로그램 등이다. 이 제도는 원래 회사를 위해 일정기간 타지에서 고생해야 하는 해외주재원들에게 지원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삶의 질'을 따지는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비금전적 보상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사정이 나은 대기업들이 복리후생제도를 앞다퉈 확충하면서 기업들간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세금감면 등 각종 지원제도를 마련해 근로자복지수준을 선진화시키려고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이유다. 경영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에서는 그래서 복지시스템 확충 여부를 둘러싼 노사간 마찰이 생길 소지도 있다. 그러나 선택적 복리후생제도의 예에서 보듯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종업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지혜를 짜내는 공동의 노력이 더 필요한 분야라는 얘기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