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 회장은 5일 전경련의 차기 회장직 추대와 관련, "맡을 수 없다고 했던 기존 입장을 바꿀 만한 여건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말해 사실상 수락 의사를 나타냈다. 손 회장은 이날 미국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면서 "손병두 부회장을 만나서 전경련의 공식적인 입장을 들어 보고 SK그룹 사장단과도 상의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그동안 전경련 회장직을 강력히 고사해왔던 손 회장이 기존 입장과는 달리 여건이 허락된다면 맡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손 회장은 6일 SK 사장단과 만난 뒤 오전 10시께 회장직 수락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손 회장은 "평소 전경련에 회장직을 맡을 훌륭한 분들이 많고 내 역량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할 수 없다고 말해왔던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러나 재계에 어떤 변화가 있고 그것이 내 입장을 바꿀 만한 변화인지 한번 더 확실히 확인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 수락과 관련해 "내가 나서서 책임지기 위해서는 나의 부족한 역량을 메워줄 만한 특별한 방도가 있어야 한다"며 재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 "그런 여건이 마련되더라도 내가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라고 밝혀 회장 추대를 위한 재계의 합의와 모양새도 함께 고려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손 회장은 특히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말은 오너 출신이 아니라는 점과는 관계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 회장은 "해외출장 중이어서 재계의 다른 총수들과는 연락하지 못했다"면서 사전 교감설을 부인했다. 또 "내일(6일) 최태원 SK(주) 회장과도 만나 활발히 의견을 나눠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손 회장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재벌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며 강력한 개혁의지를 나타낸 점과 관련,"아직 전경련 회장 직책을 수락할지에 대한 입장 표명도 안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