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지난 2000년 북한의 사회간접자본과 기간산업시설에 대해 30년간 사업 독점권을 얻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당시 현대상선을 통한 대북송금이 사업권 획득에 대한 대가였음을 시사한 것으로 정 회장이 사업권 내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또 '여러가지 미비한 점'이라는 표현으로 대북송금에 대한 유감을 우회적으로 표시함으로써 대북송금과 관련된 의혹을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이날 금강산 육로관광 사전답사에 앞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낭독한 축사를 통해 "대북사업은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침체된 적도 있지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사업을 추진한 결과 지난 2000년 북측의 사회간접자본과 기간산업시설에 대한 30년 사업 독점권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사업 내용에는 금강산 관광을 비롯해 △개성 통천지역 공단 건설과 운영 △경의선 경원선 금강산선 동해북부선 등 남북 철도 연결 및 운영 △북측 시내외 및 국제전화 관련 유무선 통신과 인터넷 사업 △북측 발전시설 건설 등 전력공급 사업 등이 포함됐다. 또 △관광객 물자 수송을 위한 통천비행장 건설과 운영 △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지역 종합 관광산업 △금강산 저수지와 주변 하천 일대 수자원 이용 사업 △임진강 유역 댐 건설 등도 들어가 있다. 정 회장은 이같은 사업에 대해 "성격상 현대만의 독점 사업이 아닌 국가적인 사업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 완화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대북송금으로 정치권과 여론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처음으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그는 "그동안 남북 경제의 공동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애국적 신념을 갖고 정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며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하지만 사업 추진과정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으로 여러가지 미비한 점들이 있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던 자세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성=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