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2천2백35억원(2억달러)을 외환은행을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는 의혹과 관련,외환은행측은 5일 이를 적극 부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북송금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외환은행은 다만 "고객의 거래사항을 누설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외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중 해외 점포망이 가장 많기 때문에 국정원이 해외로 송금할 때 주로 이용하는 창구"라며 "국정원 주도로 현대상선이 북한에 송금했다면 외환은행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그러나 '당시 김경림행장이 국정원의 요청을 받아 현대상선으로부터 받은 수표를 환전 송금하는 것을 승인해줬다'는 일부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외화환전은 자금 용도에 따라 외국환을 취급하는 은행의 행장이나 한국은행 총재,재정경제부 장관,산업자원부 장관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승인을 받아 온 돈에 대해선 창구에서 실명확인만 한 뒤 송금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장 승인건의 경우도 행장이 직접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점장이 전결로 처리한다"며 "설령 외환은행을 통해 돈이 나갔더라도 행장이 모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대북정보에 밝은 한 소식통은 "그 당시 현대의 이모씨가 북한과의 길을 트기 위해선 대북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대북송금경로와 △지원규모 △접촉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상선은 2000년 6월9일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를 통해 2천2백35억원을 홍콩의 중국은행(Bank of China) 북한계좌로 입금했고,이 돈은 다시 마카오의 북한회사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림 당시 행장(현재 외환은행 이사회회장)과 본점 영업부장이었던 최성규 상무 등은 이날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기자들의 확인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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