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시장을 찾아라.'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예금으로 돈을 끌어들여 가계나 기업에 대출해 주는 기존의 영업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익을 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요즘 '소호(SOHO)대출', '전문직업인 대출' 등 새로운 틈새 대출시장을 개척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또 프라이빗뱅킹(PB), 수익증권 판매 등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포화상태의 가계대출 시장 지난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총 1백3조원 늘었다. 전년대비 증가율로는 30.3%. 최근 5년간 연평균 증가율 16.1%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가계대출 증가세는 작년 하반기부터 크게 둔화되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 억제 시책을 추진한게 주요인이다. 올들어 1월20일까지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말보다 8천억원 줄었다. 매월 1~20일을 기준으로 가계대출 증가액을 보면 지난해 9월 3조5천억원을 정점으로 10월 2조9천억원, 11월 6천억원으로 둔화됐다. 물론 올해 가계대출이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 정부가 가파른 축소보다는 연착륙을 유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금융회사 입장에서 보면 가계대출 시장은 이제 돈 굴릴 주무대는 아니다. 부동산 경기 냉각으로 시장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 금융회사들도 리스크 관리면에서 가계대출을 더이상 과감히 늘리기 어려운 탓이다. 이젠 가계대출을 대체할 다른 시장을 찾아 나서야 할 처지란 얘기다. 소호 전문직 등 틈새 노린다 올해 금융회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SOHO), 전문직 등 틈새시장이다. 이미 은행들 사이에선 우량 중소기업과 소호를 잡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었다. 기업은행은 올해 소기업 전담지점을 40여개에서 1백여개까지 늘린다. 거래기업의 2만여개 협력기업에 미리 신용대출 한도를 통보하는 제안영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은행은 금년중 중소기업대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5조원 정도 늘린 16조2천억원으로 잡았다. 우리은행도 현재 3백31개 지점에 4백2명이 배치된 중소기업 마케팅 전문가(SRP)를 6백80여개 전 영업점에 7백명까지 확대 배치한다. 중소기업 특별지원 영업점도 1백22개를 지정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하나은행은 대기업 협력업체에 대한 소액 신용대출(CL) 확대 캠페인을 벌이고 네트워크 확대를 통한 중기마케팅을 강화하는 구체 계획을 추진중이다. 신한은행도 개인고객본부 안에 소기업팀을 구성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등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특정 직업군을 겨냥한 틈새시장도 주 공략 대상이다. 이미 의사 약사 공무원 개인사업가 학생 등 대상 직업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는 맞춤형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동물병원장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수의사를 대상으로 무보증신용대출을 해주는 '동물사랑 기업대출'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신한은행은 KT의 전자문서 교환 서비스에 가입한 병원 의원 약국에 대해 건강보험료 채권을 담보로 마이너스 대출을 해주는 'E-메디칼론'을 팔고 있다. 외형보다는 수익이다 금융회사들의 올해 영업전략중 또하나 특징은 수익 중시다. 예금을 많이 유치하거나 대출 규모를 늘려 외형 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작더라도 실속 있는 장사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각 은행들이 작년말부터 거액고객을 대상으로 자산운용 서비스를 해주는 PB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0~15%,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17% 수준으로 끌어내릴 방침이다. 대신 수익증권과 방카슈랑스 상품 등의 판매를 크게 늘려 수수료 수입을 챙길 예정이다. 이 은행은 전체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40%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