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대북송금을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2천235억원의 수표가 현대의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 10여곳을 통해 현금화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는 현대측이 시중은행을 통해 산업은행 수표를 자체적으로 현금화한 뒤 북한에 송금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대북송금 과정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개입논란과 관련, 주목된다. 감사원 고위관계자는 "감사원에 계좌추적권은 없어도 수표 유통의 첫 고리와 마지막 고리는 알 수 있는데 산업은행 수표는 첫 고리로 곧바로 시중은행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금화 방법에는 말 그대로 현금으로 바꾸는 것, 다른 해외법인망 등으로 이체하는 것, 달러로 바꾸는 것 등 여러 방법이 있으나, 어떤 방법으로 현금화됐는지는 감사원으로선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개입 논란과 관련,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현대는 매입매출액이 수십조에 달하는 거대기업으로, 해외에 수많은 법인망을 갖고 있다"면서 "따라서 현대가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산업은행 수표를 현금화한 뒤 이들 해외 법인망을 이용, 송금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은행에 회수된 수표 가운데 신원불명의 배서자 6명과 관련, 감사원은 당초 현대 직원일 것으로 추정, 국민연금관리공단에 가입자 명단을 조회했으나 공단에는 이들 6명에 관한 자료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