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대북송금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기만 하면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자연 국민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는데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의 충돌로 요약될 것 같다. 여권이 정치적 해결의 논거를 '국익'에서 따온 반면 야당은 특검제 도입의 명분을 '국민의 알 권리'에서 찾고 있다. 여야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국익이나 국민의 알 권리는 모두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기본원칙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할 의무를 저버린 채 지나치게 정략에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한 신여권은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가 슬그머니 정치적 타결로 태도를 바꿨다. 대북문제는 까다로운 상대가 있는 만큼 상호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 정도로 낱낱이 파헤칠 경우 향후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에도 다분히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최근들어 대북자금지원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갑자기 바꿀 만한 사정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이 때문에 노 당선자측이 현 정권에 야박하게 대했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면서도 차기 정권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알권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건을 호재로 공세의 수위를 한껏 높임으로써 대선 이후 구심점을 잃어가고 있는 당을 수습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 듯하다. 차분한 사실규명 노력보다는 '실익'도 없는 대통령의 탄핵과 퇴진까지 거론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각기 들고나온 정치적 해결도 좋고,특검제도 좋다. 어떠한 방식을 택하던 국민에게 속 시원한 해답을 줄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상규명 방법을 결정하는 기준도 당리당략이 아니라'민의'가 돼야 하는 게 아닐까.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