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형 연구소 '佛 파스퇴르硏' ] 샤를 드골 공항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의 파리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파스퇴르 연구소. 파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 석조건물로 외견으로는 눈길을 끌만한게 없다. 프랑스의 대표적 의학 및 생명과학 연구기관인 파스퇴르연구소는 다른 연구소들처럼 대규모 첨단건물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지난 1백16년간 세계 최고의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21개국에 분소를 내면서 연구소 글로벌화를 선도해온 저력은 무엇일까. "설립자인 루이 파스퇴르는 연구 성과를 효과적으로 사업화했다는 점에서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지금도 파스퇴르연구소는 의학의 결실을 인류가 폭넓게 누리도록 하기 위해 연구개발(R&D) 결과를 신속히 사업화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파스칼 알티에 '파스퇴르 바이오톱' 소장) 파스퇴르 경쟁력의 원천은 바로 '숭고한 휴머니즘과 풍부한 사업가적 기질의 결합'에서 나온다. '전세계의 고통받는 인류를 돕는다'는 설립 이념은 그 자체로도 고귀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념만으로는 1백년 넘게 세계 일류를 지켜내기가 어렵다. 기업 경영방식을 도입해 일궈낸 든든한 재정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연구소가 처음 이 곳을 찾은 방문자들에게 내놓는 팸플릿은 모두 3가지. 애뉴얼 리포트(연례 보고서)와 연구성과 소개 책자, 창업 인큐베이터인 '바이오톱' 소개 책자가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연구소로부터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바이오톱' 책자다. 그 표지에는 '파스퇴르 바이오톱-비즈니스 후원자'라는 문구가 실려 있다. 바이오톱이 파스퇴르연구소가 매년 쏟아내는 연구성과를 사업으로 연결짓는 '주식회사 파스퇴르'의 선봉장임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 한가운데 있는 5층짜리 새 건물에 자리잡은 파스퇴르 바이오톱. 지난 2000년 12월에 세워진 이 건물에는 모두 12개 기업이 들어와 있다. 바이오코텍 BT파마 셀렉티스 에볼로직 하이브리지닉스 파스퇴르메디아비타 등 생명공학 백신개발 환경 등 분야의 기업들이다. 파스칼 알티에 바이오톱 소장은 "재정 회계 특허 품질관리 홍보 등 각 부문의 전문가들이 입주해 있어 신생기업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톱은 연구원 출신으로 갓 창업한 사람들을 위해 최고경영자를 추천해 주고 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연구원으로 있다가 창업해 나간 바이오톱 입주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서 최장 6개월까지 사업 자금을 지원해 준다. 입주업체들과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입주기업인 하이브리지닉스의 경우 98년 처음 협력계약을 맺은 후 3년 만인 2001년에 다시 '전염병에 관련된 단백질체 연구'를 위한 추가계약을 맺기도 했다. 파스퇴르연구소가 창업 인큐베이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유망 기업들을 통해 파스퇴르의 연구 성과를 조속히 사업화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폴 브리 분자생물학 팀장의 설명이다. 파스퇴르 연구소는 이들 신생기업 외에도 아벤티스 바이엘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세계적인 제약·생명과학 업체들과도 제휴를 맺고 있다. 그 결과는 수치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파스퇴르연구소의 2001년 예산 가운데 로열티 수입과 판매 등 자체 사업이 42.8%에 이른다. 2001년에 올린 라이선스 수입만도 4천4백만유로(약 5백43억4천만원)에 이른다. 연구소 연구비의 40% 정도는 기초연구에서 파생된 특허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파스퇴르는 업무형태 혁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 분자생물학 기생충학 뉴로사이언스 면역학 질병환경학 등 12개 분야로 돼 있던 기존 체계를 60개 분야로 더욱 세분화했다. 연구환경 변화에 맞춰 팀제도 도입했다. '경영 마인드와 끊임없는 개혁을 통한 자기혁신.' 지난 1백16년 동안 유럽의 간판 연구소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것이다. 파리=조정애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