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키우면서 여러 선생님을 만났다. 아이가 마당놀이를 못해 늘 혼자 있었는데도 모른 체 내버려둔 유치원 선생님부터 스승의 날 드린 상품권을 '기분 좋게 거절하는 법'이라는 책에 넣어 돌려보낸 중학교 선생님까지. 장애가 있는 대신 기억력이 좋은 아이를 위해 방학 중 출근해 시낭송 연습을 시킨 뒤 대회에 데려 간 선생님이 계셨는가 하면 아이들이 놀린다는 하소연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선생님도 있었다. 학창시절 교사의 영향은 크거니와 특히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처럼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심한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세심한 관찰로 문제를 바로잡는 선생님도 있다. 제도가 아무리 달라져도 교사의 관심과 정성 없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건 이런 까닭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초등학교의 수업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담임 위주의 교실내 일괄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교사가 학습 목표를 제시하면 학생들이 각자 혹은 그룹별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게 한다는 것이다. 수업 중이나 방과 후 과제를 풀도록 도서실 컴퓨터실 자료실 등을 '학습도움센터'로 통합 운영하고, 학부모 중 희망자를 수업도우미로 뽑고, 이런 방식이 잘 이뤄지도록 교사 연구모임을 지원한다는 방침도 들어 있다. 지난 2년간 교육구청 별로 1개교씩 13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한 결과 효과가 있었던 만큼 올해 11개 학교에서 더 실시하고 점차 서울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부터라도 획일적 교육에서 탈피,아이들에게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겠다는 의도는 평가할 만하다. 개별화교육의 중요성 또한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그러자면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기자재가 넉넉해야 하고 개별화 교육을 담당할 인력 또한 충분해야 한다. 뒤처지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 또한 긴요하다. 무엇보다 어렵더라도 해보겠다는 교사의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는 게 필수적이다. 교사가 외면하는 한 그 어떤 개혁도 공염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