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인터넷 대란'을 계기로 범국가적 차원의 사이버 방위팀을 구성하고 이를 상시체제로 운영하는 내용의 정보보호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전국적인 유·무선 인터넷망 마비사태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건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선 국가안보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보안체계를 일원화하고 그 기능을 대폭 강화하려는 이번 조치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초고속인터넷망 보급에는 과열경쟁을 벌이면서 정보보안에는 무지하다고 할 정도로 무감각했다는 점은 때늦게나마 반성해 마땅하다. 이번에 만드는 사이버보안 기구는 지금까지 공공부문과 관련된 사이버테러에 대한 대응을 전담해온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정보통신부뿐만 아니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 관련 민간조직과 정보보안업체들을 모두 망라하며, 해외 인터넷사업자와 관련기관과의 공조체제도 구축하는 형태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사이버보안 업무가 유기적으로 통합돼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한 지역에서 발생한 컴퓨터 바이러스가 인터넷망의 상호접속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전문가와의 공조강화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강력한 사이버 보안기구를 만든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물론 아니다. 신속한 대응조치로 네트워크 교란사태를 철저히 예방하자면 관련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발한 정보교류가 전제돼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사이버 방위기구가 정부주도의 관료기구로 전락하거나 특정기관에 의해 운영이 좌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점에서 볼때 지난 주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KT의 초고속인터넷망이 또다시 불통되는 사태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문제가 해결됐다며 철저한 원인규명을 꺼리는 KT측 행태는 시정돼야 한다. 보안기술 개발을 촉진할 목적으로 정부와 관련업체들이 출자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신중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열악한 정보보안 시장여건을 개선해주는 효과도 없지는 않겠지만,자칫 특정업체 편중지원 시비가 생기거나 민간기업의 활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본다. 정통부는 기금조성에 앞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확산을 단속해 네트워크 장애를 예방하는 한편, 인터넷망 관련시스템의 지나친 마이크로소프트 의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일에 더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