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지만 강한 대학 '日 도요타공대' ] 일본 대학의 화두는 '서바이벌'(생존)과 '체인지'(변화)다. 일본 정부는 국.공립대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를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수 감소에다 재정난까지 겹치면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에 대한 국제적 평가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유학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두명(화학, 물리학)이나 배출한 기초과학 강국의 면모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헐떡거리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바로 일본 나고야시에 자리잡은 도요타공업대학이다. 이 대학은 일본 제조업의 간판인 도요타자동차가 지난 1981년에 설립한 단과대다. 학부 정원 3백20명,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 정원 84명의 미니 학교다. 나고야시 도심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옛 중앙연구소 부지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는 도요타공대. 연구소 부지를 캠퍼스와 학교 건물로 쓰고 있는 탓에 외관은 수수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속내용은 딴판이다.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대학랭킹 2003'에서 도요타공대는 지난 94년부터 2001년까지 특허취득건수에서 일본 10위(81건), 특허공개건수 8위(67건)를 각각 차지했다. 연구 활동을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교원 1인당 외부자금 유치'에서는 도쿄대와 도쿄공업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동안의 입학지원자 수 증가에서는 3.6배로 정상을 차지했다. 도요타공대가 '작지만 강한 대학'의 대명사로 될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우선 주(主)담당교수제를 꼽을 수 있다. 직장에 근무하면서 공부하려는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문을 연지 12년만인 지난 93년에 고교 졸업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95년 대학원 박사과정을 설치하면서 주담당교수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연구분야를 지정한 후 국내.외에서 주담당자가 될 교수를 공개 모집하는 것이다. 선발된 교수에게는 연구실 설치비로 최대 1억엔까지 지급된다. 연구비도 연간 1천만엔을 보장한다. 연구보조인력도 3~5명이 따라 붙는다. 돈인력 시설 등에 신경쓰지 말고 연구에만 몰두하도록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수소의 움직임을 검출하는 수소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실용화한 우에다 가쓰유키 교수(62)는 이 제도를 활용해 명성을 높이고 있는 학자로 꼽힌다. "다른 대학에 있었더라면 대당 5천만엔 이상인 수소현미경 개발을 맘 먹은대로 진행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곳으로 옮겨온 후로는 돈 설비 걱정을 잊고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가 후한 대접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학교측은 5년마다 실적을 평가해 주담당자를 교체한다. 학문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큰 돈을 아낌없이 쓰지만 돈을 헛되게 쓰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낭비를 없애고 부품도 필요한 양만큼만 조달해 사용하는 도요타자동차의 '저스트 인 타임'(JIT) 생산 방식이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과정에서의 완벽한 현장주의도 또다른 강점의 하나로 꼽힌다. 학생들은 1학년과 3학년 때 각각 1개월씩 제조업체 생산현장에 나가 기술부문에서 연수를 거쳐야 한다. 취업률은 도요타공대의 위상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다. 취업문이 바늘구멍으로 변했지만 도요타공대의 취업률은 1백%다. 설립 모체인 도요타자동차는 물론 혼다 마쓰시타전기 등 일류 회사가 주요 취업대상이다. 주담당교수제와 현장주의도 경쟁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대 강점은 바로 재정운영 방식에서 나온다. 도요타자동차로부터 살림살이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받고 있다. 도요타가 이처럼 버팀목역할을 해줌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은 부담이 작을수 밖에 없다. 학생 한사람당 등록금은 2002년 78만엔으로 국립대와 같은 수준이었다. 설립 때부터 학교에 몸담아 온 나가사와 미쓰루 학장(78)은 "도요타라는 기업 지원덕에 학생들을 키우고 연구 성과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도요타가 참견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도요타로부터 학문의 자유를 보장받아 왔다는 것이다. 나고야=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