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관행'으로 행해오던 약정정보 교환에 나서지 않겠다는 증권사가 줄을 잇고 있다. 삼성증권이 올해초부터 월별 약정 교환을 중단한데 이어 대신증권도 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증권사는 매달 중순께 공정공시를 통해 밝혔던 전달의 약정규모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경쟁상대인 LG 대우 현대 등 다른 대형사들도 약정정보 교환 중단을 적극 검토 중이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이같은 추세에 예외일 수는 없다. 삼성 대신증권이 이런 조치를 취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수수료가 크게 낮은 온라인 거래가 확산되면서 약정에 근거한 시장점유율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약정 위주 영업은 수수료 덤핑 등 출혈 경쟁을 부추기며 증권사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년 9월말 기준으로 미래에셋 키움닷컴 이트레이드 겟모어 등 4개 온라인증권사의 약정기준 시장점유율은 10.7%였지만 수수료수입 점유율은 3.5%에 불과했다. 반면 약정점유율이 9.5%였던 삼성증권의 수수료수입은 전체의 10.1%에 달했다. 약정위주의 관행적 영업행태는 투자자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줘온 게 사실이다. 증권사들이 약정 증대를 목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빈번한 매매를 부추겨 왔기 때문이다. 잦은 매매 때문에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면서도 증권사에 수수료를 더 지급해야 하는 사례가 종종 빚어졌다. 최근 증권사들이 고객의 수익률과 자산관리에 최우선을 두는 '정도영업'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도영업만이 고객의 피해를 줄이고 업계의 공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는 데 증권업계는 동의하고 있다. 정도영업을 가로막았던 주요 원인은 약정 위주의 영업이라는 데도 큰 반론은 없을 것이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한 약정 자료 교환 중단이 증권사의 정도영업을 앞당기고 고객의 자산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를 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이상열 증권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