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이면 끝(Finished at forty).'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의 99년 2월호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레스터 서로 MIT교수는 99년에 낸 책 '지식의 지배'에서 이 기사를 인용하며 '경험 가치의 추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25년 동안 미국 중장년층이 갖고 있는 경험의 가치는 계속 하락세였다. 고졸 남자는 21%,대졸의 경우는 10%가 낮아졌다. 최고 소득을 올리는 연령층도 70년대 중반엔 45∼54세였지만 90년대 말엔 35∼44세로 한 단계 떨어졌다. 이 책이 미국의 10년 호황 끝무렵이던 99년에 출간된 것임을 감안하면 미국 직장사회에서 경험의 가치는 지금 더욱 큰 폭으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미국과 우리는 다르다. 여전히 2030보다는 4050이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 40대 사장,30대 임원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특별 케이스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변화는 시작된 지 오래다. 연공서열의 전통이 강해 속도는 느리지만 경험의 가치는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급여가 아니라 직책이 주는 권위와 권한에서 그렇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대기업 과장은 '끗발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임원들까지도 자신이 보고서를 직접 챙기고 파워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다 핵심인재 확보 경쟁이라는 추세가 늘어가면서 과거의 경험보다는 지금의 실력과 미래의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정착될 것이다. 산전수전의 무용담은 갈수록 위력이 약화된다. 이런 변화의 가운데서 4050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먼저 이제까지 주무기였던 경험을 버려야 한다. 대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껏 핵심인재로 인정받지 못했으면 이제는 '전문인재'를 지향해야 옳다. 자신의 경험 중에 가장 쓸모 있는 것을 찾아내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핵심인재와 달리 전문인재는 해당 분야 경험이 있어야 될 수 있다. 감독이나 방송해설가로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체력의 한계를 느낄 무렵 과거의 경험을 새로운 경쟁 도구로 만들어 낸 사람들이다. 틈새 시장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몇 년간 '경험 부족'을 뼈저리게 느낀 벤처나 중소기업들이다. 그러나 거기에 필요한 경험은 옛날 경험이 아니라 새롭게 가공된 것이어야 한다. 이제까지 경험에 디지털 등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데에 4050의 탈출구가 있다는 얘기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