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즐겨 찾는 인터넷사이트중의 하나는 아마존닷컴(amazon.com)의 경영서적분야다. 최신 서적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다가 수시로 집계되는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경영분야의 이슈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경영분야에서 관심을 끄는 분야 중의 하나는 '리더십'이다. 뉴욕시장을 지낸 루돌프 줄리아니(Rudolph Giuliani)의 '리더십'이라는 책을 필두로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다룬 책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리더십이 새삼스럽게 다시 강조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연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내려져 있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따로 떨어져 있는 영역간에도 서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필요성이 더 커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서의 위대한 리더십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리더십을 생각할 때면 몇년 전 미국에서 본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미국 부통령이 재임 중 갑자기 사망하자 대통령은 여성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했다. 청문회 과정 중 그녀는 대학시절에 섹스 파티를 열었다는 스캔들에 휘말렸다. 여론이 불리한 방향으로 치달아 부통령이 되기 힘든 상황이 전개돼도 그녀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얼마 뒤 스캔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대통령은 그녀에게 왜 진실을 말해서 위기를 빠져나오지 않고 노 코멘트로 일관했는지를 물었다. 그녀가 한 대답의 내용은 이랬다. "부통령의 자격은 정책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하며,사생활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그러나 스캔들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게 된다면 그 자체가 부통령의 자격과 사생활은 유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됩니다. 정치생명이 위협받는다고 해서 제 믿음과 원칙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과 일관성이라는 것이 필자 생각이다. 원칙이라는 것은 매사가 순조롭고 편안할 때에는 누구나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원칙을 원칙이게 만드는 힘은 어려운 상황,손해 볼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지키는 것에서 생겨난다. 상황이 어렵다고 나만 바보가 되는 것 같다고 한두번 자신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은 진정한 원칙이 아니며,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고 돌파해 나가는 현명한 태도도 아닐 것이다. 또한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올바른 원칙과 일관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리더십 자체는 크게 보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문제다.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듯 리더십에서도 신뢰의 형성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지 않겠다는 진실한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솔선수범을 통해 스스로 일관성 있게 원칙을 지키고,성실하게 상대방과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 이외에 간과하기 쉬운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도록 참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주위 환경이다. 리더십도 인간관계인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순간적인 첫 인상이나 단기간의 관찰만으로 조급하게 판단해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 히딩크 감독을 통해서 경험한 바 있다.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토양에서만이 진정한 리더십은 싹틀 수 있다. 우리 사회도 각계 각층에서 리더십을 가진 인물에 대한 필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 리더십은 해당 조직 경쟁력의 근간이며,나아가 21세기 국가경쟁력의 근간을 제공해 준다. 따라서 진정한 리더십이 형성되고 발휘될 수 있는 토양을 가꾸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다. cahn@ahn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