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의 '윤리경영'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존경받는 기업'을 지향하는 업계 전반적인 추세에다가 새 정부가 기업정책의 핵심과제로 '투명성 제고'를 들고 나오면서 기업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앞다퉈 윤리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그룹 중에서는 삼성과 LG,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이올들어 최고경영자의 신년사나 윤리강령 제정 등의 방식을 통해 최우선 경영목표로 윤리경영과 신뢰경영 체제 확립을 선언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신년사에서 '고객의 사랑과 사회의 신뢰'를 강조한 것과 맞물려 지난 2001년부터 계열사별로 추진해온 윤리강령과 이에따른 행동지침 작업을 매듭짓고 본격적인 윤리경영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와 관련, 삼성은 올해부터 상사의 직무유기나 부당한 지시에 대해 보고하고 부하직원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를 경우 이를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등 윤리실천 매뉴얼인 '부정 판단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LG도 구본무 회장의 연초 '정도경영' 선언에 발맞춰 계열사들이 각사의 경영환경에 맞도록 윤리헌장을 강화하거나 재정비하고 있으며 오는 3-4월이면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전 직원이 준법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했으며 LG건설은 건설현장과 협력업체 사이의 비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공정문화팀'을 발족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최근 공개입찰제 및 전자입찰제 정착, 금품과 향응 수수배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윤리경영 선언을 발표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특히 협력업체에 선물이나 금품을 요구하는 임직원은 강력히 문책키로 하고 불공정거래를 인터넷을 통해 신고받는 '사이버 감사실제'를 확대하는등 구매윤리를 크게 강화했다. 또 KT는 연초 시무식에서 기업윤리 제고를 위해 자사 임직원들의 실천사항을 담은 'KT 윤리강령'을 채택했으며, 소니코리아는 협력업체들과 공정하게 거래하고 금품과 접대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강령을 만든 뒤 협력사들에 공문을 보냈다. 이밖에 올들어 SK그룹, 금호그룹, 삼성SDS, 현대산업개발, 해태제과, 국민-우리-하나은행 등이 윤리경영을 선언하거나 윤리강령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명한 경영을 통한 고객 신뢰확보는 올들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며 "비윤리적인 경영진과 직원을 가진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업계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co.kr